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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설 명절 때 모처럼 LP(레코드판 : 이하 LP)를 들으려고 목사관 거실에 있는 파이오니아 턴테이블에 판을 한 장 걸었는데, 소리가 좀 이상하더군요.. 헤드셸(톤암 끝에 카트리지를 다는 부분 - 사진1)을 떼어내서 자세히 보니, 바늘 갈 때가 된 겁니다. 게다가 캔틸레버(바늘이 붙어 있는 1자 모양의 바)마저 조금 휘어져 있었습니다. 사용하다 보면 바늘은 닳게 되고, 캔틸레버도 환경에 따라 휠 수도 있습니다. 서론이 길어졌는데, 요지는 그래서 목사관에서 LP를 듣지 못했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1층 서재에 있는 프로젝트 턴테이블을 가져와 듣기에는 과정이 너무 귀찮아 명절 때 LP 듣는 것을 포기했지요.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카트리지(바늘 뭉치를 연결하는 본체로 LP 소릿골에 녹음된 것을 전기 신호로 바꿔주는 장치)는 이미 단종된 제품인데, 새 바늘을 어떻게 구할 지가 숙제였습니다. 고민 끝에, 명절이 끝나자마자 예전에 이 카트리지를 판매하던 곳을 찾아 문의했고, 다행히 바늘은 재고가 있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ㅎㅎ 새 바늘(사진2)을 구입해서 카트리지에 연결했고, LP를 올려 소리를 들어봤더니 소리가 훨씬 좋아졌습니다. - 턴테이블을 통해 듣는 LP 소리의 품질은 카트리지보다는 바늘에 있습니다. LP 소리골에 녹음된 신호를 얼마나 잘 읽어주느냐가 관건이라는 말입니다. 하나도 닳지 않은 새 바늘이니까 소리는 당연히 좋겠지요? 사진의 카트리지는 '스미코'사의 '펄'이란 제품인데, 바늘을 교체할 수 있는 MM(Moving Magnet)형 카트리지 중에서 중간 등급의 제품입니다. 클래식 음악을 재생하는 데는 조금 아쉬움이 있지만, 이 정도면 가성비가 아주 좋아 내 턴테이블에는 무난하다고 여겨집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사람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 사람도 몸을 사용하다 보면 닳게 되어 있고, 언젠가는 몸(의 기능이)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할 때가 오겠지. - 그때 저 카트리지의 바늘을 새 것으로 교체한 것처럼, 닳아버린 사람의 몸(의 일부라도)도 새 것으로 교체할 수는 없을까. - 카트리지를 통한 소리의 품질은 저 바늘 끝에 있는데, 사람의 품격을 좌우하는 것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 계속해서 좋은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바늘만 바꾼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 카트리지의 연결 각도와 높이 그리고 침압 조정 등 풀어야 할 숙제들이 참 많은데, 나는 과연 인생의 숙제들을 잘 풀고 있는 것일까. -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무난한 사람인가.. * 미국에 사는 연로하신 아버지의 병환 소식으로 내 마음이 무겁고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