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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지금부터 거의 8년 전인 2010년 5월, 6년 반 동안 몸 담았던 경기도 부천의 S교회를 떠날 준비를 하던 때 나를 좋아했던 L 집사님이 아쉽고,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을 담아 선물해준 가방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따뜻한 마음을 잊지 않아 삼남연회 진주지방에 내려와서도 잘 보관해오다가, 앞서 10년 동안 사용하던 가방이 너무 낡아져서 새 가방을 사용하기 위해 이제서야 뜯어보게 되었습니다. 실로 8년만에 말입니다... 포장을 뜯는 순간 새 가방 냄새가 코를 자극했고, 이어 선물해준 집사님의 마음이 다시 한 번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이번 명절을 맞이하면서 그 때의 기억을 되살려 L 집사님에게 다시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새 것이 좋긴 좋네요. 하지만 새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잘 보존된 따뜻하고 아름다운 묵은 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는 '구정'이 아니라 '설'이라 부르는 명절, 하지만 무턱대고 옛 것을 버리고 새 것만을 취하는 명절이 아니라, 예부터 전해지는 우리네 따뜻한 정과 아름다운 풍습이 우리 모두의 인간관계 속에 잘 보전되기를 바랍니다. 사실 시골의 아주 작은 교회를 맡고 있는 목사에게 새 가방이 얼마나 자주 필요하겠습니까. 그렇지만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사물에 깃들어 있는 따뜻한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기쁨이 있다는 것이지요. 새롭게 열린 올 한 해에도, 사람과 사물 모두에게서 이렇게 좋은 감정을 많이 만나보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