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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의(仁義)의 도(道)를 널리 깨우쳐 주기 위해 지방을 순회하고 다니던 맹자께서 위나라 혜왕의 초청을 받았을 때의 일입니다. “선생께서 이렇게 불원천리하고 찾아와 주시니 고맙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나라가 부강하게 되겠는지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하고 혜왕이 맹자에게 물었습니다. 맹자 왈 “이 사람이 먼저 인(仁)과 의(義)에 관한 말씀부터 올릴까 합니다.” 두 사람의 대화는 이렇게 시작되어 긴 시간동안 계속되었습니다. 혜왕은 결정적인 해답을 주리라 기대했던 맹자께서 속 시원한 의견이나 묘안을 일러주지 않아서 기분이 언짢았지만 꾹 참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며칠이 지난 뒤에 혜왕이 맹자께 자기를 옳게 보이려고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선생께서 내게 준 가르침 가운데 ‘백성을 사랑하라’는 일에 대해서는 나도 상당히 노력했습니다. 예를 들면, 하남지방에 흉년이 들었을 때, 젊은이들을 하동으로 옮겨주고 나머지 노인과 아녀자들에게는 하동지방의 곡식을 실어다 주어서 굶주리지 않도록 했습니다. 내가 이웃나라를 살펴보건대 나만큼 사려 깊게 선정을 베푼 군주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내 이웃나라의 백성이 더 줄지도 않고 우리나라 백성 또한 늘지 않았으니, 이 무슨 까닭인지요?”
맹자께서 빙긋이 웃으며 대답하기를, “왕께서는 전쟁을 무척 좋아하신다니, 전쟁에 관한 한 가지 비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느 전쟁터에서 한나절이나 격전을 벌이다가, 마지막 백병전으로 돌입하라는 군호가 울렸습니다. 이때 어느 병사가 겁을 먹고 갑옷을 벗어던진 채, 칼을 질질 끌며 달아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하여 백보(百步)를 달아나서 숨을 돌리려는데, 또 한 사람의 병사가 그 뒤를 쫓아서 달아나다가 오십보(五十步) 거리에서 걸음을 멈췄습니다. 그러더니 오십보 거리에서 걸음을 멈춘 병사가 백보를 달아난 병사를 보고, ‘야, 이 비겁한 놈아!’하고 비웃었습니다. 왕께서는 이 점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러자 혜왕은 싱겁다는 듯이 대꾸했습니다. “아니, 오십보를 갔든지 백보를 갔든지 달아나기는 마찬가지 아닙니까?” - “됐습니다. 왕께서 그것을 아신다면 백성이 늘지 않는 이유도 아실 것입니다.” 맹자의 눈으로 볼 때, 모든 인간은 오십보백보였던 것이지요. 하물며 전능하신 하나님의 눈으로 보실 때에 감히 의인으로 자처할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우리 모두는 허물 있는 백성이요, 죄인 중의 한 사람일 뿐입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우리는 모두 하나님 앞에서 약하고 어리석은 존재라는 사실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입니다.
좋든 싫든 우리 손으로 뽑은 국회의원들이, 저마다 나라와 민족을 위한다고 고집을 피우다 정국 파탄이라는 합작품을 만들고 있고, 그로 인해 온 국민이 걱정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또 곳곳에서, 격한 감정을 이기지 못해 서로 충돌하는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모였다 하면 정치 걱정, 경제 걱정만 늘어놓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부질없는 짓입니다. 엉터리 같은 국회의원들은 누가 뽑았고, 제 눈앞의 이익만을 좇아 눈을 벌겋게 뜨고 있는 국민은 또 누구란 말인가요? 정치인이든 경제인이든 국민 모두 다 거기서 거기, 오십보백보란 말입니다. 그러니 이제는, 진정 나라와 민족을 위한다면, 네가 옳으니 내가 옳으니, 격한 감정을 좀 가라앉히고 정신을 똑바로 차려서, 다시는 이 나라에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더 이상 혼란이 없도록, 우리 모두가 살 길을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살 길을 오늘 하나님께서는 이 땅의 모든 교회와 교우들에게 알려주시는데, 우리는 아직도 보수다, 진보다 하며 싸우고 있으니, 그 옛날 맹자의 통찰력이 지금 우리 모두에게 절실히 필요한 게 아닐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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