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천천히
작성일 2020-06-20 (토)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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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 씻기는 사람이 필요한 세상 ”

몸의 지체 중에서 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발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사람에게 손이 없었으면 지금과 같은 문명을 이루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에게 발이 없었으면 인류는 이미 오래전에 멸망했을 것입니다. 인간보다 더 센 맹수에게 다 잡아먹혔을 테니까요. 단순하게 생각했을 때는 손이 더 중요한 것처럼 여겨졌지만, 깊이 생각하니까 발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발보다 손을 더 자주 씻으며, 발보다 손을 더 예쁘게 가꾸고, 몸에서도 발은 저 아래 붙어있지만, 손은 한참 위에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좋아하는 돈이나 보석을 만지는 것도 다 손이 하는 일이지요. 발은 냄새만 풍기고 하는 일도 단순한 것 같습니다. 손은 드러내고 발은 숨깁니다. 오늘, ‘손을 더 많이 보고 만졌는가 발을 더 많이 보고 만졌는가.’ 생각해 보십시오.

 

요한복음 13장에도 발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을 명하셨습니다. “형제의 발을 씻겨주어라.” 당시 유대인들의 발은 아주 더러웠습니다. 흙먼지가 많은 길을 변변한 신발도 없이 다니는 이들이 많았으니까요. 그렇게 더러운 발을, 그것도 남의 발을 씻겨주라고 한 것은, 유대인들에게 아주 굴욕적인 일이 됩니다. 그래서 얼핏 보기에, 이 예수님의 가르침은 억지 가르침 같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에게 있어서는 정반대였던 것이지요. 직접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실 정도로 이 일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럼, 왜 이 가르침이 그렇게 중요했던 것일까요? 스스로 낮추는 삶을 살지 않으면, 그가 아무리 신앙인이라 해도, 모든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이 이 부분을 안타깝게 생각하신 것은, 제자들까지도 장차 하나님의 나라에서 서로 윗자리에 앉겠다고 시기하고 다투었기 때문입니다. 요한의 공동체에서도 이와 같은 태도가 어떻게든 극복되어야 했던 것이지요.

 

그렇다면 사람이 겸손하지 않고 교만하거나 이기적이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자기를 과장하게 됩니다. 자기야말로 누구보다 윗자리에 앉아야 할 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자기의 허물은 숨기고, 좋게 보이려고 애를 쓰게 됩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틀림없이 그릇된 길로 가게 됩니다. 허위에 가득 찬 삶은, 가는 곳마다 죄와 죽음을 만들어낼 뿐입니다. 자신을 끊임없이 높이려는 사람은 동시에 상대방을 모함하고, 약점을 찾아내어 헐뜯고, 비방합니다. 그런 사람들의 눈에는 가난해도 죄인이요, 병들어도 저주받은 사람일 뿐입니다. 자기만 똑똑하고 거룩한 체합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모든 게 파괴되고, 강한 자만 살아남는 비극이 일어납니다. 교회는 무너지고 너나 할 것 없이 영적인 배고픔에 허덕이게 됩니다. 생각해 봅니다. 우리의 삶이란, 서로 위하고 아껴줄 때 생기를 얻는 법입니다. 서로 다르더라도 저마다 할 일이 있음을 인정해주고, 서로 이해하면서 한마음을 품을 때라야 우리의 삶에 생기가 돕니다. 반면에, 자기만 제일이라 하고 상대를 깎아내리기만 하면, 끝내 모두가 죽는 비극을 맞이할 뿐입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일들은 헤아릴 수 없이 일어나는데, 그런 제자들에게, 또 오늘 우리에게, 예수님은 친히 발을 씻겨주심으로써, 이런 그릇된 삶의 자세에서 우리를 해방(구원)하려 하셨던 것입니다. 이것이 곧 하나님 아버지의 뜻이었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다른 사람의 발을 씻겨주는 일을, 못난 이들이나 하는 것으로 여길 때가 많습니다. 그렇게 살면 인생 실패한 것으로 단정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발을 씻게 할지언정 다른 사람의 발을 씻는 것은, 그 사람에게 굴복하는 것으로 여깁니다. 하찮게 여기고, 우습게 여기며, 헛된 것으로 여깁니다. 혹 어쩌다 발을 씻기더라도 보여주기 위한 일이 될 뿐이지요.

미국의 여류 시인 에밀리 디킨스의 시를, 홍승표 목사가 번역한 것이 있는데, 그중 일부를 옮기면 이렇습니다.

 

내가 한 사람의 심장이 찢어지는 것을 막을 수만 있다면 / 내 인생은 헛된 것이 아니라 / 내가 한 사람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면 / 한 사람의 아픔을 식혀줄 수 있다면 / 땅바닥에 기절한 새를 도와 둥지로 돌아가게 할 수 있다면 / 내 인생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리라

 

우리가 다른 사람의 발을 씻겨주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작고 못생긴 발이라 씻겨줄 수가 없나요? 냄새나는 더러운 발이라 씻겨줄 수가 없나요? 늙고 병든 발이라 씻겨줄 수가 없나요? 아니면 나에게 돈이 되는 일이 아니니 씻겨줄 수가 없나요? 그것도 아니면 체면 세우는 일이 아니라 씻겨줄 수가 없나요? 우리가 형제의 발을 씻겨주지 않으면 우리는 예수님과 무관한 사람이 됩니다. 예수님과 무관한 사람들이 모이는 교회, 그런 사람들이 파송 받는 세상, 이미 하나님 아버지의 나라는 아닐 것입니다. 기독교 신앙에서 굉장히 중요한 최후의 만찬을 빼놓을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했던 요한의 이 발 씻김의 복음, 우리가 마음으로 몸으로 살아냈으면 좋겠습니다.

, 발 씻기는 사람이 필요한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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