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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늘 뜻하지 않은 장례식 집례를 하게 됐습니다. 산청이 고향인, 서울에 사는 (내가 아는) 어떤 권사님이 집례 부탁을 해서 거절할 수 없었지요. 권사님이 출석하는 교회에서 장례식을 맡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었던 것입니다. 산청경호장례식장. 내가 사는 곳에서 차로 30분 조금 넘게 걸리는 곳. 어제는 입관예식을 집례하고 유가족들과 입관 과정을 지켜봤고, 오늘은 우리가 흔히 발인예배(예배가 아닙니다!)라 부르는 장례예식을 아침 일찍 집례한 후, 태풍으로 폭우가 내리는 날씨에 진흙에 발을 빠져가며 산에 올라 하관예식까지 마치고 나니 점심 때가 되었습니다. 이런 날씨에 집례 부탁을 한 권사님은 크게 미안해 했지만, 나는 손사래를 치며 목사가 당연히 할 일을 한 것뿐이라고 권사님을 위로해 드렸습니다. 유가족들 중에는 그리스도인이 별로 없었지만, 95세 어머니 집사님을 보내드리는 장례예식을 통해서 그분들에게도 영원한 것을 사모하는 마음이 생겼기를 바랍니다. 집에 와서 보니, 구두와 양복바지는 온통 황토 투성이였지만, 이번 장례식이 나에게도 적잖은 배움을 주었고 보람있었습니다. 이로써 20년 조금 넘는 내 목회살이에 장례식을 인도하고 참여한 횟수가 160번이 됐습니다. ㅎㅎ 그래서 주변에서는 나를 장례 전담 목사라고 놀리지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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