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주 동안 서울아산병원을 오가느라 하지 못했던 일들을 오늘 몰아서 하느라 바쁜 하루를 보냈습니다. 이곳은 면소재지이긴 하지만 산이 높은 동네여서, 안 그래도 나날이 몽당연필처럼 짧아지는 하루가 더욱 짧게 느껴집니다. 어느덧 만추의 계절, 감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축 처진 감나무들은 벌써부터 사람들의 손길을 기다립니다. 이제 다음 주부터는 본격적으로 감 수확에 들어갈 텐데, 일 년 중 가장 바쁜 두 달을 보내게 됩니다. 한겨울 해가 바뀌면 나오게 될 곶감을 기다리며... 여러분은 오늘, 참 좋은 가을날을 어찌 보냈나요? 나는 그 동안의 목회살이를 추억하며 성지순례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목회살이 20년을 넘긴 목사가 그 흔한(?) 성지순례 한 번을 가보지 못했다면 믿어지시나요? 성지순례는커녕 제주도도 몇 번 가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일부러 가지 않은 건 아니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영~ 성지순례와는 인연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성지순례를 꼭 갔다와야 하는 건 아니지만, 성지순례도 한 번 가보지 못한 목사이다 보니 어딘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오해를 받을까봐 마음 한 켠에 늘 짐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내게 성지순례를 한 번 다녀온 친구가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해 한 말이 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이목사, 요즘 흔히(?) 가는 성지순례는 순례가 아니야. 그냥 돈 많이 들여 갔다오는 관광이야, 관광! 그리고 우리 주님은 예루살렘에 안 계시고, 사도 바울도 소아시아에 안 계셔! 주님도 사도도 없는 성지에 왜 그렇게 기를 쓰고 놀러 갔다 오는지 모르겠어." 그래서 나는 "그럼 우리 주님은 어디 계실까?" 물었지요. "우리 주님은 지금 우리의 삶의 자리 한복판에 계시지! 그래서 진정한 성지순례는 바로 우리의 삶의 자리야!" - "그럼 우리 자리가 바로 꽃자리일세!" 이렇게 답하는 내게 "그럼, 그럼! 꽃자리고 말고!" 맞장구쳐주는 친구가 고마웠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보니, 지난 한 달 동안 어렴풋이 내 삶의 자리에서 주님을 만났던 것 같습니다... - 이상 성지순례 한 번 가보지 못한 목사의 넋두리였습니다. (사족 : 신도들은 거의 대부분 성지순례 한 번 가보지 못했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