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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요일 저녁 기도 시간에는 가슴을 쥐어 뜯으며 기도했습니다.
함께 읽었던 말씀은 하박국서 2장 20절입니다. 1~2장의 결론이 되는 말씀이지요.
"주님께서는 당신의 거룩한 성전에 계시다. 온 세상은 그분 앞에서 조용히 하여라." 교우들과 교회를 위하여 그리고 우리 사회의 정의로움을 위하여 기도하는데,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한 쪽은 우리사회의 잘못된 부분을 이번에는 꼭 고쳐보려고 절규하고 있고, 또 한 쪽은 이미 사람의 눈빛을 잃어버린 채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면서 어떡하든 개혁을 막으려 하고, 또 그 사이에 있는 이들은 남의 일인 것처럼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개혁을 막으려 하는 무리의 한복판에 교회에 다니는(나는 이들을 기독교인이라 부르고 싶지 않습니다.) 이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 오늘 저녁에 가슴을 쥐어 뜯으며 기도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습니다. 정말 우리사회와 나라를 생각하는 기독교인이라면, 오늘 읽은 하박국서의 말씀대로 그분 앞에 잠잠히 하여 그분의 뜻을 들어야 하는데, 오히려 미처 날뛰는 삯꾼들을 신봉하고 있으니 이를 어쩌면 좋단 말입니까. 어느 쪽에 서 있든지 우리는 오늘도 너무 배부르게 먹고, 과하게 놀고, 얌체 같이 챙기고, 말로만 일했고, 생각으로만 베풀었고, 무식하게 비판했고, 내 욕심만 채우며 무관심했고, 스스로 의로운 체하며 가르치려고만 들었고, 무엇보다 기가막힌 건 짐승만도 못한 순간도 있었다는 겁니다.. 십자가 아래 머리를 조아리며 기도하는데, 너는 어떤 사람이냐는 음성이 들리는 것 같았지요. 저요?. 위에 언급한 게 모두 제 모습입니다.. 기도를 마치고 예배당을 나서는데, 사진 속의 정물이 눈에 들어와 또 한 번 울컥 했습니다. 예배당 입구의 테이블에 아내가 정원에서 잘라온 천일홍과 그옆의 십자가가 너무 슬플게 보였나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