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8
작성자 천천히
작성일 2025-08-20 (수) 11:28
ㆍ추천: 0  ㆍ조회: 17      
http://slowstep.org/home/?slowstep.3184.11
“ 계단 밑 정리와 장도리 ”

어제 오전에, 지난 10년 동안 조금씩 쌓아 놓았던 물건들(주로 화분)을 죄다 끌어내어 정리한 뒤, 필요 없겠다 싶은 것들을 과감히 버렸습니다. 2층 목사관 올라가는 계단 밑에 있던 것들인데, 그 양이 상당했습니다. 무더운 날씨에 땀이 비 오듯 흘렀지만 정리하고 나니 속이 후련하네요. (사진2)

정리하던 중 계단 밑을 가렸던 나무로 된 격자무늬 가림막이 조금 벌어져서 오랜만에 망치(?)를 들고 못질을 했습니다. 금세 끝나버린 수리였지만, 나는 이 망치를 손에서 놓지 못했습니다. 여기 저기 세월의 흔적이 많았지만, 어디 금이 가거나 수리한 적이 없는 이 망치, 내 곁에 있은 지 무려 45년이나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1980년, 서울 은평구 갈현동에 살다가 연신내로 이사온 그해 봄에 아버지께서 구해 오신 망치인데, 45년 동안 나와 함께하는 소중한 물건입니다. 이 망치에는 분명 아버지의 손 때도 묻어 있을 겁니다. 망치의 금속 부분을 자세히 보니, 영어로 true temper 라는 글자가 각인되어 있더군요. 직역하면 ‘진정한 담금질(?)’인데, 공구를 만드는 회사의 상표 같습니다. (사진1)
미국에 이민 가서 살다가 3년 전 췌장암과 투병하다 돌아가신 아버지, 이 망치를 보니 아버지가 더욱 그립고 보고 싶네요.. ㅠ
아버지는 권사 직분을 받으셨지만, 신앙심이 그다지 깊지는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목사인 아들에게 종종 핀잔을 듣기도 하셨는데, 돌아가시면서 예정대로 미국의 한 대학병원에 시신을 기증하셨습니다. 임종도 못했고 시신도 없는 장례식을 치르며 많이 울기도 했는데, 똑똑하고 의로운 체하며 말과 글로 사람들을 가르쳐 온 나보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의 계획이 훨씬 위대했습니다.
오늘 우연히 망치를 손에 들면서 아버지 생각이 났고, 돌아가신 아버지는 이 망치와 함께 여전히 내 마음에 살아계셨음을 확인한 하루였습니다.
어제 ott를 통해 본 영화의 대사가 떠오릅니다. “사람이 죽었는데, 그 사람을 아예 없었던 사람처럼 여기면 안 됩니다!”

* 여기서 상식 하나! - 위에서 ‘망치’라고 했지만, 정확한 이름은 ‘장도리’입니다.
(장도리 : 망치의 한쪽 면에 쇠지레의 못뽑이와 같은 모양인 세로로 난 홈이 있는 부분으로, 여기로 박힌 못을 뽑을 수 있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보통 가정집 공구통에 하나쯤 들어있는 그 망치이며, 여러 형태가 있는 망치라는 도구의 스테레오 타입 중 하나가 이 장도리다. 노루발장도리라고도 하며, 쇠지렛대-속칭 '빠루'-의 기능과 망치의 기능을 함께 지니므로 현장에선 '빠루망치'라고 부르기도 한다. 영어로는 Clawhammer.)







     
12345678910,,,378



경상남도 산청군 시천면 남명로 234번길 30 (사리 900-60). admin@slowstep.org / Copyright (c) SlowSte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