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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밤 11시 지리산골의 세찬 바람이 교회당을 스치며 자신의 존재를 알려준다 동장군의 기세에 오렌지색 가로등마저 위태로워 보이는 덕산은 이제 깊은 어둠 속으로 묻혀버린다 언제나 빠르게 흐르는 시천도 이제는 그 힘을 다해 얼음 속으로 곤두박질치는 이 밤 아, 짐승조차 울지 않는데, 춥고 배고픈 이들은 또 어떻게 살아갈까... 나는 천천히 걷는 사람, 하지만 이처럼 춥고 긴 겨울은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내일의 태양은 조금 따뜻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