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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저녁에, 2층 목사관 입구에서 교회 마당과 정원을 내려다 보며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이라 화질이 영~ 아니올시다입니다만, 사진들을 자세히 보면 땅 바닥에 두 개씩 작은 등불이 보일 것입니다. 찾았나요?. 언젠가 (아마 2년은 넘은 듯) 설치해 놓은 '솔라 정원등'입니다. 그러니까 한 주먹도 안 되는 집광판으로 낮에 햇빛을 받아 새끼손가락만한 충전지에 전기를 모았다가 해가 지면서 빛을 내는 등이지요. 뭐, '친환경등'이라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런 등이 대부분 중국산이어서 내구성이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설치한 후 두 번째 겨울을 맞이하면서 '이번 겨울에 모두 고장나겠구나.' 생각했지요. 아, 그런데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길목까지 저렇게 건재한 겁니다. 기특한 마음이 들어 어떻게 살아있을까 생각해 보니, 겨울의 찬 기운과 거친 바람 속에서도 낮게 기울어진 햇빛을 하나도 허투루 버리지 않고 한 주먹도 안 되는 집광판이 죄다 받아냈던 것입니다. 봄여름가을겨울, 햇빛은 그 높이만 다르지 언제나 있습니다. 선재하는 은총입니다. 은총이라고요!. 아뿔싸, 생명체도 아닌 저 등도 그걸 알고 제 일을 저렇게 잘 하는데, 나는? 우리는? 은총을 은총으로 알지 못할 때가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이 '무명무지'에서 언제나 벗어날 수 있을까요?. 사진을 다시 보세요. 저 작은 등들은 주변을 환하게 비추고 있지 않습니다. "여기가 교회 마당 출입구예요. 여기는 교회 오른쪽 정원이고 저기는 왼쪽 정원이예요." 이렇게 등이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가르쳐주고 있을 뿐이지요. 주님은 우리더러 '세상의 빛이다.' 하셨는데, 그럼 지금 내가, 우리가 있는 곳은 어디인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