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늘, 학교 복학 준비를 하는 아들이 기숙사에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자신의 주민등록 초본을 하나 떼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거쳐간 주소지가 너무 많은 것을 보고 꽤나 놀랐나 봅니다. 두 장이나 되는 자신의 초본에 나타난 주소지가 무려 열두 곳!.. 94년 태어났을 때 주소지인 서울의 서초동, 그리고 성남시 분당, 이어 파주시 금촌에서 두 곳, 서울로 다시 와서 신월동에서 두 곳, 부천시에서 세 곳, 경남 진주에 내려와서 두 곳, 그리고 지금 여기 산청군 시천면입니다. 휴~~ 정말 많네요. 그 많은 이사, 필요해서 움직인 경우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움직인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목회자도 이사를 많이 다니는 부류에 속한다는 걸 잘 압니다. 하지만 열두 번은 좀 많았지요? 아내와 아들이 내게 "이제는 이사 좀 안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 생각이 나서 아내와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또 듭니다... 그래서 이곳 산청에서는 오~래 살 거라는 각오로 개척목회를 시작했는데, 사는 게 참 녹록치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가까운 선배나 친구들이 "이목사, 시골에서 고생 할만큼 했으니 더 늦기 전에 좀 안정된 곳에서 목회해야 하지 않겠어?.." 조언하는 이들이 늘어납니다. '더 늦기 전에...' 이 생각이 맴돕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이 '꽃자리'란 생각엔 변함이 없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그 생각이 종종 흔들립니다. 그 때마다 하늘 아버지께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요... '왜 이렇게까지 마음 고생을 하게 하셨을까...' '당신의 종으로서 무슨 일을 하며 어떻게 살라시는 걸까...' 반백이 넘어섰지만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아들의 초본 사건으로 생각이 너무 깊어졌네요. 풀벌레만 신나게 울어대는 이 무더운 밤에 그저 이목사의 넋두리로 생각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