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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죽음'이 아니라 '개 죽음'입니다. 교회 개척을 할 때부터 우리와 함께 해온 '피카추'가 오늘 새벽 폭우 속에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집을 나간 뒤 열흘 정도 돌아오지 않아 무슨 사고가 난 게 아닌가 걱정했었는데, 엊그제 아침, 목사관 현관 앞에 돌아와 있었습니다. 그 동안 굶주렸는지 몸은 야윌 대로 야위어 있었고, 병이 들었는지 눈은 거의 뜨지 못한 채 눈꼽으로 가득 차있었습니다. 반가움보다는 걱정이 앞서, 식염수로 눈을 씻어 눈꼽을 떼어 주고, 피카추가 좋아하는 간식도 듬뿍 주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기력을 다했는지 물과 음식을 전혀 먹지 못했고, 눈은 또 눈꼽으로 붙어 있었습니다. 이러다 정말 죽을 것 같아서 북어국을 끓여 주사기로 억지로 먹이고, 마사지도 해주고, 진드기도 잡아 주었습니다. 주인의 정성과 사랑을 알았는지 눈을 떠서 알아보았고 꼬리도 흔들어 주었는데... 그게 마지막이었습니다. 하룻밤을 채 넘기지 못하고 폭우가 쏟아지는 새벽에 그만 삶과 이별을 하였습니다. 사람이든 짐승이든 먹어야 사는데, 왜 피카추는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채 죽었을까... 밖에서 독극물이 든 음식을 먹었던 건 아닐까, 어디 갇혀 있으면서 학대를 받았던 건 아닐까... 피카추가 겪은 일을 우리는 알 수 없지만 이제는 우리 곁을 영영 떠났습니다. ㅠㅠ 교회당 앞 공터에 자기가 뛰어 놀던 곳에 잘 묻어주었고, 교회 화단의 꽃을 꺾어 피카추의 마지막 길을 애도해 주었습니다. 아, 그래도 지금 생각해 보니, 피카추는 영리하고, 자존심 세고, 품위도 잃지 않은 사랑스러운 개였습니다. 이미 자기가 죽을 줄 알고 있었던 피카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떡하든 눈을 떠서 꼬리를 흔들며 주인을 알아봐 주었고.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상태인데도 주인이 주는 마지막 음식을 넘겨주었습니다. 아, 충견, 명견, 피카추야~ 네가 벌써 보고 싶구나... 이제는 아프지 않은 곳에서 평안히 잘 쉬거라~! 그리고 우리교회를 늘 바라보면서 잘 지켜주렴!... 안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