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천천히
작성일 2014-09-24 (수)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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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 죽음 ”
 
 
 
'개죽음'이 아니라 '개 죽음'입니다.
교회 개척을 할 때부터 우리와 함께 해온 '피카추'가 오늘 새벽 폭우 속에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집을 나간 뒤 열흘 정도 돌아오지 않아 무슨 사고가 난 게 아닌가 걱정했었는데,
엊그제 아침, 목사관 현관 앞에 돌아와 있었습니다.
그 동안 굶주렸는지 몸은 야윌 대로 야위어 있었고, 병이 들었는지 눈은 거의 뜨지 못한 채 눈꼽으로 가득 차있었습니다.
반가움보다는 걱정이 앞서, 식염수로 눈을 씻어 눈꼽을 떼어 주고, 피카추가 좋아하는 간식도 듬뿍 주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기력을 다했는지 물과 음식을 전혀 먹지 못했고, 눈은 또 눈꼽으로 붙어 있었습니다.
이러다 정말 죽을 것 같아서 북어국을 끓여 주사기로 억지로 먹이고, 마사지도 해주고, 진드기도 잡아 주었습니다.
주인의 정성과 사랑을 알았는지 눈을 떠서 알아보았고 꼬리도 흔들어 주었는데... 그게 마지막이었습니다.
하룻밤을 채 넘기지 못하고 폭우가 쏟아지는 새벽에 그만 삶과 이별을 하였습니다.
 
사람이든 짐승이든 먹어야 사는데, 왜 피카추는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채 죽었을까...
밖에서 독극물이 든 음식을 먹었던 건 아닐까, 어디 갇혀 있으면서 학대를 받았던 건 아닐까...
피카추가 겪은 일을 우리는 알 수 없지만 이제는 우리 곁을 영영 떠났습니다. ㅠㅠ
교회당 앞 공터에 자기가 뛰어 놀던 곳에 잘 묻어주었고, 교회 화단의 꽃을 꺾어 피카추의 마지막 길을 애도해 주었습니다.
 
아, 그래도 지금 생각해 보니, 피카추는 영리하고, 자존심 세고, 품위도 잃지 않은 사랑스러운 개였습니다.
이미 자기가 죽을 줄 알고 있었던 피카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떡하든 눈을 떠서 꼬리를 흔들며 주인을 알아봐 주었고.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상태인데도 주인이 주는 마지막 음식을 넘겨주었습니다.
아, 충견, 명견, 피카추야~ 네가 벌써 보고 싶구나...
이제는 아프지 않은 곳에서 평안히 잘 쉬거라~! 그리고 우리교회를 늘 바라보면서 잘 지켜주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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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죽음
      '개죽음'이 아니라 '개 죽음'입니다. 교회 개척을 할 때부터 우리와 함께 해온 '피카추'가 오늘 새벽 폭우 속에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집을 나간 뒤 열흘 정도 돌아오지 않아 무슨 사고가 난 게 아닌가 걱정했었는데, 엊그제 아침, 목사관 현관 앞에 돌아와 있었습니다. 그 동안 굶주렸는지 몸은 야윌 대로 야위어 있었고, 병이 들었는지 눈은 거의 뜨지 못한 채 눈꼽으로 가득 차있었습니...

 [2014/09/24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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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아니라 사물에 '착한'이라는 표현을 쓰는 게 맞는 어법은 아니지만,시대가 만들어 내는 표현도 무시할 수 없어 '착한'이란 표현을 나도 써봅니다.한 종편방송국 '먹거리X파일'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착한식당'을 찾는 노력으로 이 표현이 더욱 유행을 탓던 것 같습니다.아무튼 요즘 '착한'이란 표현 속에는...'정직하고, 양심적이고, 깨끗하고, 멋스럽고, 맛있고, 뭔가 다르고, (좋은 쪽으로)고집스럽고'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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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 마당 테이블과 의자를 만들고 나서 나무가 좀 남았는데, 그것으로 아내가 좋아하는 다육식물 거치대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수고한 친구, 땀만 흘린 나, 뿌듯해 하는 아내. 힘들어도 또 하나의 목공품이 탄생했지요. 저 거치대를 어떤 녀석이들이 차지할지 무척 기대됩니다. 그러고도 나무가 남았는데, 뭘 만들까 또 궁리합니다. 평상? 식탁? 뭐가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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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활절을 맞이하여 교우들과 주님의 성찬을 나누었습니다. 울고 싶은 마음 꾹 참아가며 집례했는데, 2014년 고난주간과 부활절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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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P를 제외하고 소장하고 있는 CD들입니다. 해마다 캐롤 한 장씩 구입해 왔는데, 어느덧 이렇게 되었네요... 성탄의 노래들이 많이 울려 퍼져 삭막해진 우리사회가 좀 따뜻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복된 성탄절, 멋진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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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반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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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주일 오후에 친구가 목회하는 교회에 갔다가 뜻하지 않게 벌목(?)을 했습니다. 예배당 뒷편에 지난 한 해 무성해진 대나무와 칙넝쿨을 제거하는 일이었지요. 톱으로 대나무 자르기는 그리 어렵지 않지만 자른 대나무를 쌓아 놓는 게 일입니다. 게다가 많기도 합니다. 나는 설렁설렁 일했지만 친구는 땀을 뻘뻘 흘리며 일했습니다. 그래도 다 자르지 못해 내일 오후에 또 자르려고 합니다. 다 자르고 나면 그동안 가려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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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3/30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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