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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목사관 난간에 잠자리가 한 마리 죽어 있었습니다. 꼬리 끝을 보니 그의 삶도 순탄하지 않았던 것 같네요. 물 속에서의 삶, 날개 달린 공중에서의 삶, 그는 그렇게 짧은 생을 살다 갔습니다. 하지만 그의 죽음은 제 할 일을 다하고 난 뒤의 자연스러운 죽음이었지요.
접시에 담긴 켐벨포도는 어제 점심식사 후 교우들과 나눠먹었던 후식입니다. 그 옆의 연둣빛 열매는 뭘까요?.. 요즘은 보기 어려운 머루입니다. 아직 익지 않아 연둣빛이지만 때가 되어 익으면 켐벨포도보다 더 짙은 보라색을 띄지요. 켐벨포도는 다 익어서 사람들의 후식이 되었고, 설익은 머루는 먹지 못했지만 사람들의 추억을 자극했습니다. 그렇게 두 식물은 제 생명을 다했는데, 이 또한 자연스러운 죽음입니다.
태어나고 죽고를 거듭하는 이 자연 세계에서 오직 사람만 자연스럽지 못한 것 같아 무척 슬픕니다. (노회찬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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