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주님 올해도 눈이 내렸습니다. 모국의 산천에 쌓이는 수많은 눈송이도 때로는 근심의 설편(雪片)으로 보여 지는 싸늘한 계절 매운바람보다도 신문에 보도되는 인상(引上)의 바람에서 더 깊은 추위를 느끼는 겨울의 길목입니다. 기름이 모자라고 쌀이 모자라고 모자라는 것투성이의 이 춥고 메마른 땅에서 사랑의 기름이 모자라고 신앙의 쌀이 모자라는 우리네 가슴의 들판도 비어 있습니다. 이 거칠고 스산한 황야의 어둠을 밝히시러 길이신 이여 오소서. 슬픔을 딛고 일어설 희망을 주기 위해 오소서. 죽음을 딛고 일어설 생명을 주기 위해 오소서. 그러나 우리가 당신을 기다리기 전에 먼저 안으로 뿌리내린 미움과 원망과 불신의 어둠부터 몰아내게 하소서. 당신의 뜻 대신 내 뜻으로 가득 찬 당신의 고통 대신 나의 안일함으로 가득 찬 당신의 겸손 대신 나의 교만으로 가득 찬 마음의 땅을 갈고 닦게 하소서. 당신이 오실 길을 예비하기 위해 자신을 내어 던진 세례자 요한처럼 무엇보다 먼저 회심의 눈과 귀와 입을 열어 주소서. 현대의 콘크리트 벽에 끼어 질식하는 나무들처럼 무디게 말라붙은 돌마음들을 예리한 기도의 칼로 깨뜨려 살마음 되게 하소서. 그리하여 나와 당신 사이에 나와 이웃 사이에 이웃과 이웃 사이에 새 하늘 새 땅이 열리는 은총을 허락하소서. 좀 더 부지런하지 못해 쭉정이처럼 살아온 날들을 용서하시고 믿음이 깊지 못해 좋은 열매 맺지 못한 날들을 용서하소서. 육신과 영혼의 곳간을 사랑의 알곡으로 채우실 분은 당신이오니 우리의 걸음이 흔들릴 때마다 우리가 더욱 당신을 바라보게 하소서. 당신을 듣고 보고 갈망하게 하소서. - 이 해 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