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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천히
작성일 2025-04-27 (일)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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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

오늘 주일 예배 때 전했던 설교 중 앞 부분을 요약해봤습니다.

설교를 막 시작하는데, 앞쪽에 앉아 있던 노부부가 티격태격하더군요. 얼른 눈치를 보니, 나이 80대인 남편이 성서 본문을 잘못 찾았다고 70대인 아내가 핀잔을 한 게 발단이 된 겁니다. 그 순간 나도 당황스러웠습니다. 교인 몇이나 된다고, 설교를 시작하는데 부부싸움을 하다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그냥 속으로 웃었습니다. ㅋㅋㅋ 그래도 나머지 교인들이 잘 들어 주어서 고마웠습니다.

[당신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마태복음 23:1~12)

교우들께서는 이미 뉴스를 통해 잘 알고 계실 텐데, 지난주 가톨릭교회의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습니다. 가톨릭교회에서는 사제의 죽음을 ‘선종’이라 부르더군요. 가톨릭뿐만 아니라 온 세계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교황이라서 그런지 그분의 장례식을 앞두고 사흘 동안 25만 명이 조문했고, 또한 어제 장례식에서는 20만 명이 모인 가운데,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정상 50여 명과 국왕 10여 명이 교황의 선종을 애도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살아 있을 때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의 친구라 불렸고, 사람들을 남녀노소, 지위, 나라, 민족, 종교를 불문하고 사랑으로 품으려고 노력했던 분입니다. 그래서였는지 역대 교황 중 대중과 가장 가까웠던 교황으로 칭송받았습니다. 교황의 장례식을 바라보면서 엄청난 애도의 물결에 저도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는데, 저를 진짜로 놀라게 한 것은 그분이 죽은 뒤에 남긴 재산이었습니다. 무려, 100달러(약 14만 원)를 남겼다고 하더군요. 다른 재산은 아무것도 없었고, 그분이 평소 의전용으로 타고 다녔던 자동차도 귀엽기 그지없을 정도의 아주 작은 차였습니다. 물론 그분은 독신에다가,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었고, 그를 돕는 이들이 많았지만, 스스로 검소하게 살려고 무척 애를 쓰셨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보니, 그분은 평생토록 오로지 예수님만을 주인으로 섬기며 살았던 분이었습니다. 그 사람의 인생은 그가 죽은 뒤에 평가되는 것입니다. 특히 신앙인들에게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오직 그리스도만을 주인으로 섬기며 평생을 검소하게 살다 가신 분, 우리 개신교의 대형교회 목사들과 부유한 교인들이 반드시 새겨야 할 바라고 여깁니다. 하지만, 가톨릭교회도 후임자 선정을 놓고 크게 몸살을 앓을 것입니다. 벌써 추기경들 사이에서도 보수와 진보의 갈등이 일어나고 있고, 정치적으로 엄청난 수 싸움에 들어갔습니다.
추기경들을 비롯한 모든 사제가 부와 권력과 진영 싸움에 휘말리는 게 아니라, 오직 그리스도만을 주인으로 섬기며 현명한 결정을 내리기 바랍니다. -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들이 주님의 이름으로 이 세상의 권력과 부를 탐해서야 되겠습니까.

교우 여러분, 우리가 예수님을 주님으로 고백한다는 것은, 그분만이 내 삶의 등불이 되신다는 뜻입니다. 또 그분이 바로 내가 가야 하는 길이 되신다는 뜻입니다. 예수님은 내가 어둠 속에서 헤매고 있을 때 나를 인도하는 길과 빛이십니다. 내가 바다 한가운데서 풍랑과 싸우고 있을 때 안전한 포구로 인도하는 등대이십니다. 따라서, 주님은 나의 인생뿐만 아니라 생명까지 책임지시는 분임을 믿습니다. 그리고 교우들에게도 주님은 그런 분이신 줄 믿습니다.

어느 사회든지, 어떤 공동체든지, 큰 어려움이 닥쳤을 때는 진정한 지도자를 애타게 기다리게 됩니다. 누구를 따를 것이며, 누가 진정 나의 삶을 복되게 해줄지 고민하게 됩니다. 오늘 본문에는 초대교회 신도들의 이런 삶의 고백이 들어 있습니다. 마태복음은, AD 60~70년에 일어난 유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로마가 승리하고 예루살렘이 초토화되는 상황에서 기록된 책입니다. 백성을 지도한다고 큰소리치던 사두개파와 열심 당원들이 무너지고, 이제 로마가 직접 지배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로마 황제가 명실공히 주인이 되어 유대 나라를 다스리던 때입니다. 바로 그 시기에 사두개파와 열심 당원과는 달리 살아남은 종파가 있었는데, 그들이 바로 바리새파입니다. 그들은 로마에 거슬리거나 의심받을 일은 하지 않으면서 오직 율법을 지키는 일에만 매진했습니다. 그들 중에 대제사장도 나오고, 율법학자도 나오고, 성전관리들도 나왔기 때문에, 많은 바리새인이 지도자로 행세했습니다. 특히 율법학자들은 ‘랍비’(나의 선생님, 나의 크신 분이라는 뜻)라고 불렸습니다. 원래 이 말은 존경심을 표현하는 호칭입니다. 그런데 율법학자들과 바리새파 사람들은 실제로 백성을 잘 가르치고 인도하기보다는, 말만 하고 실천은 하지 않고, 거짓말을 일삼고, 위선을 행하면서 존경만 받으려 했습니다. 잔치의 윗자리와 회당의 높은 자리에 앉기를 즐겼고, 길거리에서 인사받는 것을 좋아했고, 사람들이 자기를 랍비로 부르는 것을 아주 좋아했습니다. 물론 이들은 예수님 당시에도 그렇게 행동했고, 예수님은 그들의 위선을 엄히 꾸짖으신 적이 종종 있었습니다. 그런데 초대교회 상황에서도 율법학자들과 바리새파 사람들은, 자기들 세력을 더욱 넓혀가면서 백성의 지도자로 자처했던 것입니다. 이제,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 후에 교회가 시작되었는데, 교회 안에서도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을 중심으로 한 예수님의 제자들이 예루살렘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있었고, 안디옥을 중심으로 한 이방 지역에서는 바울 사도가 그 주도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 언제 어디서나 조직이 생기면 그것은 굳어져 버릴 위험이 따릅니다. 제자들도, 자기들도 모르는 사이에 주도권을 놓고 경쟁할 수 있고, 지위에 연연하여 본분을 잊어버릴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율법학자들과 바리새파 사람들의 위선을 질타하며 제자들에게 이르신 오늘의 말씀은 초대교회 신도들에게 매우 중요한 가르침이 되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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