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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 이이는 성학집요(聖學輯要) 위정(爲政) 편에서 국가 경영을 창업(創業)과 수성(守城), 경장(更張)의 세 가지 단계로 분류했다. 창업은 초심자가 관통해야 하는 필수 과정이다.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자가 겪는 관문이다. 수성은 지키는 행위이다. 현재 상황을 있는 그대로 잘 관리하기만 하면 된다. 당연히 승자의 몫이다. 경장은 도전자, 승자, 패자 모두가 추구해야 하는 일이다. 경장은 전환이다. 정치적, 사회적으로 묵은 제도를 새롭게 개혁하고 확장하는 일이다. 유연하게 혹은 탄력적으로 사태의 흐름을 바꾸는 일이다. 현악기 연주자가 연주를 앞두고 곡과 악기의 상태에 따라 줄을 팽팽하게 고쳐 매는 것도 일종의 경장이다. 그런 면에서 경장은 실패를 겪은 사람에게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행위이다. 현재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특히 사과(謝過)가 그렇다. 정신과 의사이자 저술가인 아론 라자르에 따르면, ‘사과는 곧 솔루션solution’이다. 용기에 바탕을 둔 진솔한 뉘우침이야말로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유일한 해결책이며 이해 당사자들이 갈등과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의사소통 도구라는 것이 그의 논리다. 일리가 있다. 사과는 갈등과 갈등 사이에 유연함을 스며들게 한다. 사과는 틀어진 관계를 복원하는 기제(機制)로 작용한다. - <말씀의 품격> ‘말과 사람의 품격에 대한 생각들’, 이기주 지음, 황소북스. 186~187쪽. 이재명 대선 후보가 성남시를 방문해서 지지자들 앞에서 한 연설을 영상으로 봤습니다. 연설 도중 이 후보는 오래전 가족 간에 일어났던 자신의 욕설에 대해 또 눈물로 사과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정치인으로서 그런 언행을 했다는 것을 진심으로 사과한 것입니다. (어머니에게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폭언과 협박을 한 형제, 나 같으면 어땠을까? 더 심한 언행으로 대처했을 것이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보니까, 하나라도 잘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후보가 있고,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고 거짓말을 일삼는 무속에 의지하는 후보가 있습니다. 우리 사회와 나라와 민족을 위해 그리고 국민과 후손을 위해 어떤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지는 자명해졌습니다. 그래서 이번 대선은, 어떻게든 성숙한 민주사회를 만들려 하는 이들과 천민자본주의에 빠져 제 주머니에 들어갈 돈 생각만 하는 이들의 싸움이 돼버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