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교계 신문을 보니까,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성경구절이라면서, 본문 36~37절을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얼핏 보면 적절한 구절인 것 같기도 합니다. 이 세상의 부귀와 권력을 다 손에 넣었다 하더라도 제 목숨을 잃으면 그 모든 게 아무 쓸모가 없다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말이며, 이미 유대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말이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겠느냐?”는 주님의 말씀이 바로 이런 구절들과 같은 뜻인가 하는 것입니다. 이 말씀은 십자가의 수난을 앞두고 예수께서 제자들과 무리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이 말씀을 하시게 된 배경을 보면, 예수께서 장차 고난을 받게 될 것을 처음으로 말씀하셨을 때 베드로가 주님을 붙들고 항의를 했습니다. 이렇게 항의까지 하면서 베드로가 말하려고 한 것은, 어떻게든 살아남아야지 죽으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것입니다. 주님은 베드로를, “사탄아, 내 뒤로 물러가거라. 너는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 하고 이상할 정도로 심하게 꾸짖으셨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예수께서 갑자기 목숨의 소중함을 강조하기 위해 이 말씀을 하셨을 리는 없습니다. 이 말씀은 분명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을 것입니다.
주님은 생명의 길을 가르쳐 주고 계십니다. 그런데 그 생명의 길은, “나와 복음을 위하여”라는 이 짧은 구절에 다 들어있습니다. 이것은 초대교회 사람들이 무엇을 삶의 목표로 삼았는지 보여줍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 이후, 이제 그분을 따르는 사람들은 자기들만을 위해, 그저 생존을 위하여 살 수는 없었습니다. 그건 살아있어도 사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제 그들에게 진정한 삶은, 자기들을 위해 목숨을 내놓은 예수를 위해 사는 것입니다. 생존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 누구를 위해 사느냐가 중요한 것입니다. 바로 이 구절 다음에,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겠느냐?”는 구절이 나옵니다. 이런 맥락에서, 이 구절의 뜻이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예수께서는 무엇이 진정한 삶인지 그들에게 말씀하신 다음에, 이런 삶을 살지 못한다면, 이 세상의 부와 권력을 다 얻는다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말하고 계신 것입니다. 그것은 분명 목숨의 소중함을 말하고 있지만, 어떻게든 살아남으라는 뜻이 아니라, ‘진정한 삶을 누리라’는 뜻입니다. 이 말씀에 따라 초대교회는, 그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위하여’ 살지 못한다면, 이 세상 어떤 부귀영화를 누리어도 그것은 목숨을 잃는 것으로 본 것입니다.
오늘날 자살을 결심하기까지 하는 사람들의 사정이야 얼마나 절박하겠습니까. 하지만 아무리 그 사정이 어렵다 하더라도, 그것은 자살하는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어째서 그런가요? 내 삶은 내 것이 아니라 그 누군가의 사랑과 희생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내 삶은 또 다른 누구를 위하여 필요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는 예수님께 이런 질문을 드립니다. “주님, 주님 때문에 구원 받고 새로운 삶을 선물 받은 우리가 주님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것은 알겠는데, 어찌 하는 것이 주님을 위해 하는 것인가요? 어떻게 하는 것이 주님 때문에 목숨을 버리는 것인가요?” (우선, “이제는 나를 위해 살지 말고 나와 함께 살자꾸나.” 주님은 그렇게 말씀하실 것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어디를 가든지, 무슨 일을 하든지, 내 마음대로 하지 말고 주님이 이끄시는 대로 하는 겁니다. 이것이 곧 자기를 버리는 것입니다. 또한 주님의 십자가를 우리도 기꺼이 지고 가는 겁니다. 이 말은, 우리의 삶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억울한 일, 비난이나 모함, 칭찬하고 존경받는) 선택 없이 받아들이는 겁니다. 무감각한 사람이 아니라, 그런 것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이 되라는 말이지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사랑 때문에 살고 사랑 때문에 죽는 겁니다. 오직 사랑 뿐! 나머지는 모두 환상입니다. 그러니까 주님이 분부하신 일을 하되 그 일에서 사랑을 찾고, 주님을 향하여 길을 걷되 그 길에서 사랑을 실천하기 바랍니다. 만일 여러분이 하는 말이나 행동에 사랑이 담겨 있지 않으면, 아무리 천사 의 말을 해도 허공을 울리는 꽹과리 소리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그렇게 살아갈 때 진정으로 예수를 위해, 아니, 예수와 함께 사는 것인 줄 믿습니다! ▣
- 지난주일 설교 중에서 (마가복음 8장 27~38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