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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아버지의 거룩한 집이 시끄러운 장터가 되었습니다. 아버지의 뜻보다, 그 순결하고 엄숙한 명령보다, 인간의 탐욕과 계산과 잇속이 판을 치는 물신(物神)의 잔치 마당이 되었습니다. 이 어지러운 현장을 내려다보며 말없이 노끈을 꼬아 채찍을 만드는 예수님. 거룩한 분노. 이어 채찍을 휘둘러 양과 소를 성전에서 쫓아내고 환전상의 상을 둘러엎고 비둘기를 날려 보냅니다. 그러면서 토하듯이 내뱉는 외침. “내 아버지의 집으로 장사하는 집을 만들지 말라!” 여러분, 생각해보십시오. 장사하는 사람한테는 양이 양이 아니고, 소가 소가 아닙니다. 비둘기도 비둘기가 아니고, 쌀도 쌀이 아니며, 배추도 배추가 아닙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양도 돈이요, 소금도 돈이요, 비둘기도 쌀도 배추도 돈일뿐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이 쫓아내고 둘러엎고 날려 보낸 것은 양도 아니고 소도 아니고 비둘기도 아닙니다. 하나님과 겸하여 섬길 수 없는 것, 그런데도 수많은 이들로 하여금 하나님께로부터 등을 돌리게끔 하는 돈을 그분은 성전에서 내치신 것입니다. ‘내 아버지의 집’이란 말로 표현된 ‘성전’이 무엇을 가리키고 있는지, 당시 그곳에 있던 자들은 아무도 알지 못하였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이 성전을 허물라. 내가 사흘 동안에 일으키리라.” 예수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을 때에도 사람들의 대꾸는 고작 “이 성전은 46년 동안에 지었거늘 네가 3일 동안에 일으키겠느냐?”였습니다.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는 자들의 할 수 없는 대답이었습니다. 육신의 눈으로 보이는 것들만 보며 사는 자들, 귀청을 울리는 소리만 듣고 사는 자들로서 달리 어떻게 대답할 말이 있었겠습니까. 교우 여러분, 벽돌로 쌓은 성전, 거기서 진리를 찾지 말라는 뜻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46년이나 걸려 화려한 황금으로 장식하였다 하더라도 때가 되면 돌 위에 돌 하나 얹혀 있지 못하고 무너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육신의 눈에 보이는 것은 무엇이든 언젠가 없어집니다. 아무리 번쩍이는 크리스탈과 대리석으로 장식해도 때가 되면 다 사라지게 마련입니다. 예수님이 헐라고 하신 성전, 사흘 만에 다시 세우겠다고 하신 성전, 그것이 벽돌과 황금으로 세워진 예루살렘 성전이 아니라는 사실을 제자들이 깨닫게 된 것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본 뒤였습니다. 노끈 채찍으로 소와 양과 비둘기를 몰아내면서 예수님이 회복하고자 하신 ‘아버지의 집’은, 예루살렘 성전이 아니었습니다. 아버지를 모셔야 할 몸에 돈을 모시고 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여러분! 예수님이 깨끗하게 청소하고자 하셨던 것은 바로 사람이었습니다. 사람이 깨끗해지면 그가 몸담아 잠시 거하는 건물은 자연스럽게 깨끗해집니다. 성전 마당을 시끄럽게 하던 소와 양과 비둘기를 쫓아내심으로써, 예수님은 아버지의 집인 자기 몸을 돈주머니로 만들어버린 인간들을 정화(淨化)하고자 하셨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하나님 아버지의 자녀가 아니라 모든 것을 자신의 잇속에 따라 취사선택하는 타락한 인생들을 되살리기 위해, 그 몸에서 주인 노릇을 하는 돈을 끌어내고 아버지를 다시 모시게 하기 위하여, 오늘도 노끈 채찍으로 찬란한 성전 마당의 소와 양과 비둘기를 내치시는데, 지금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과 교회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이미 수많은 교회의 목회 세습과 화려한 건축에서 드러났듯이, 그래서 많은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와 건물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선뜻 건물을 택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것은 아직도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복음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는 증거입니다. 또한 지난 3.1절에 광화문에서 기도회로 모인 이들이 구한 것은, 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가 아니었습니다. 비뚤어진 색깔론과 신앙으로 그들만의 천국을 위해 한국교회와 교우들을 선동하는 모임이었습니다. 그들은 하나님 나라 복음을 전하는 데는 관심이 없고, 오직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온갖 가짜뉴스를 전파하는데 여념이 없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이 해서는 안 될 폭력까지 행사했고요. 여러분, “이 성전을 허물라!”는 예수님의 명령을 따라 교회가 헐어야 할 성전을 헐지 않을 때에 바로 이런 일들이 생깁니다. 정말 간절히 바랍니다.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삼일 만에 부활하시고 친히 새 성전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선택하므로, 우리 안에 있는 온갖 낡은 옛 성전들을 허무는 그 참된 신앙이, 2018년 사순절을 살아가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오롯이 각인되기를 소망합니다. - 지난주일 설교 중에서 (요한복음 2:13~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