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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 민수기는 절망에 빠진 이스라엘의 죄가 얼마나 큰가를 반복해서 보여줍니다. 하나님은 일찍이 애굽에서 노예 살이 하던 이스라엘을 구원하여, 모든 민족 가운데 제사장 나라, 거룩한 백성이 되게 하셨습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아브라함과 후손들을 통해 온 세상에 구원의 복을 주시기로 하신 당신의 약속을 이루시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러나 애굽에서 벗어난 이스라엘은 광야에서 수시로 하나님을 배반합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광야로 불러내 목말라 죽게 하신다, 하나님이 우리를 광야에서 굶어 죽게 하신다!” 사실 그들의 삶이 얼마나 힘겨웠으면, 하나님을 향해 이런 원망과 불평을 다 했을까요?.
오늘 우리가 읽은 본문도 이스라엘이 광야생활 가운데 겪은 놀라운 사건을 보여줍니다. 오늘 본문의 앞뒤 문맥을 살펴보면 가나안 땅은 여러 왕국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아직 나라도 이루지 못하고 유랑하고 있던 이스라엘의 존재를 알게 된 가나안 주민들은 그 엄청난 숫자에 큰 위기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네겝이라는 곳에 살고 있던 가나안 사람 아랏왕이 이스라엘을 먼저 공격해서 사람들을 포로로 잡아간 일에서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일이 생기자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나님께 요청합니다. (민 21:2~3) 이러한 사건에서 보듯이 이스라엘은 주변의 다른 민족들에게 항상 생존의 위협을 겪어야 했고, 그러는 중에 여호와 하나님에 대한 신앙이 깊어졌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끊임없이 하나님을 등지고 돌아오고를 반복하였기에 하나님께서 마련해주신 약속의 땅을 찾을 때까지 무려 40년 동안 방랑해야 했던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호르마를 점령하였습니다. 지도를 보면, 호르마에서 가나안은 그리 멀지 않습니다. 그대로 북쪽으로 올라가면 약속의 땅 가나안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 4절을 보면 이스라엘은 북쪽으로 올라가지 않고 동쪽에 있는 에돔 나라가 무서워 그 에돔 땅을 돌아가기 위해 어처구니없게도 홍해 마카바만을 향해 도로 남쪽으로 내려옵니다. 거긴 광야였습니다. 그러니 이스라엘 백성의 마음이 상하여 불평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자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불뱀을 보내셨고, 많은 사람이 물려 죽었습니다. 이 사건을 겪은 사람들은 우리가 잘못을 알았으니 모세더러 하나님께 기도하여 제발 살려달라고 빕니다. 늘 불평, 불만인 백성이 미웠지만 모세는 다시 하나님께 기도하였고, 하나님께서는 놋뱀을 만들어 기둥에 달고 그것을 쳐다보게 하면 산다고 하시자, 그대로 하니 불뱀에 물린 사람도 놋뱀을 쳐다본 사람은 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본래 뱀은 번식력이 아주 강한 동물로서 가나안 사람들의 바알 신을 상징합니다. 이런 바알 신을 섬긴다는 것은, 날마다 가나안을 향해 끊임없이 옮겨 다녀야 했던 이스라엘 백성에게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었을 것입니다. 그것은 이제 한 곳에 정착하여 안정되고 풍요로운 삶을 바랐던 이스라엘 백성의 소망을 말해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비참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죽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고, 다행히 모세의 기도로 살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또다시 이스라엘 백성이 이 사건을 통해 깨달은 것은, 인간이 그토록 바라는 구원과 풍요로움과 안정된 삶은 인간의 힘에 의해 얻어지는 게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대한 전적인 순종과 충성과 신뢰 속에서 얻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민수기 21장은 이미 하나님의 구원을 경험한 사람들이라도 고난 가운데 절망에 빠지지 않고, 온전히 하나님을 신뢰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잘 보여줍니다. 그럼 오늘 우리의 삶이 광야의 삶보다 더 나을까요? 우리의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습니다. 그러하기에 우리 또한 쉽게 절망하고 쉽게 불신앙에 빠지는 게 사실입니다. 자신이 하나님이 나라 백성이라는 사실을 쉽게 잊어버리고, 낙심과 소심함과 무기력한 절망의 유혹을 늘 받습니다. 소망이 없으니 당연히 불평과 불만이 따라올 테고요. 아무런 소망이라도 가져야 한다는 게 아닙니다. 이미 교회 안에는 거룩한 소망으로 포장된 온갖 가짜 소망들이 차고 넘칩니다. 중요한 것은, 오늘 요한복음 본문에서 보듯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참된 소망입니다. 예수를 믿는다는 게 무엇일까요? 오늘 말씀에 비춰본다면, 고난 외에 아무 것도 기대할 게 없는 상황 속에서도, 우리가 절망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광야의 놋뱀처럼 높이 들린,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따라서 우리의 행동이, 삶이, 또 우리의 결단이, 우리를 구원하거나 심판합니다. 우리의 모든 것을 예수님에게 붙들어 맬 때, 예수님의 말씀이 우리의 행동을 낳는 신앙으로 펄펄 살아있게 할 때, 예수님의 삶을 우리의 유일한 모범으로 삼아서 마침내 그 모습으로 살아갈 때, 우리 모두는 이미 구원 받은 백성인 것입니다. ▣ - 지난주일 설교 중에서 (민수기 24:4~9, 요한복음 3:1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