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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수) 방송된 JTBC ‘차이나는 클라스’에서는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조한혜정 교수가 출연해 ‘천민자본주의’에 물들어 점점 망해가는 우리사회를 비판하면서 그 심각성을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선망(先亡)하는 한국사회를 선망(羨望)하는 한국사회로 만들기 위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습니다. 나는 이 분의 주장에 다 동의하지는 않지만, 우리사회가 모든 분야에 있어서 ‘천민자본주의’에 물들어 있는 것만큼은 사실이라 봅니다. 어제 제천 화재만 해도 그렇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분들과 다친 이들에게 깊은 위로와 안타까운 마음을 전합니다.) 화재 원인을 정확히 밝혀야 하는 1층 주차장에서의 발화, 때 늦은 화재 경보, 화재 시 비상 탈출로의 부재, 인화성 외장재 마감, 불법 주차로 인한 소방차 진입 불가, 동절기에 미리 대비하지 못한 소방차 시설... 이해하기 힘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이게 모두 우리사회에 만연한 생명경시풍조, 지독한 이기주의, 안전불감증, 냄비근성 등과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너무 무겁고 속에서 끓어오르는 화가 멈추질 않습니다. 더 심각한 건 이런 말도 안 되는 사건과 사고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15일(금) 감신 기숙사에서 살고 있는 아들의 짐을 가져오기 위해 오랜만에 모교를 방문해서 처음으로 기숙사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2명씩 사용하는 학생들의 방이 마치 미로나 거미줄처럼 빽빽하게 붙어 있는데, 여기에서 화재가 나면 정말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습니다. 탈출로는 중앙엘리베이터와 계단 두 곳이 전부였으니까요. 물론 비상구도 있습니다. 하지만 방범과 보안상의 이유로 비상문은 자물쇠로 굳게 닫혀 있었고, 열쇠를 갖고 있는 사람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습니다. 만약 이곳에서 화재가 난다면 우리의 아들딸들이요 교회의 일꾼인 젊은이들이 속절없이 목숨을 잃을 것은 분명해 보였습니다. 도대체 어째서 우리사회에 이런 부조리들이 차고 넘쳐나는 걸까요?.. ‘꿩 잡는 게 매다.’는 생각이 지독한 이기주의와 만나 자본의 노예가 되어 살기 때문은 아닐까요? 도덕과 윤리와 가치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자신을 위해) 돈 벌고 돈 쓰는 일에만 매달려 사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많기 때문일 겁니다. 앞서 언급한 조한혜정 교수는 아직은 선망(先亡)을 선망(羨望)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희망)가 있다고 역설했습니다. 네, 나도 정말 우리사회가 그리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는 이 사악한 기운(세력)과 당당히 맞서 싸워야 하며, 시간이 걸리고 답답하더라도 깨어 있는 이들이 그렇지 못한 이들을 끊임없이 계몽해야 하고, 나부터 소소한 일에 책임을 다하며 다른 이들에게 기쁨과 위로와 선한 기운을 옮겨주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아침에 떠오른 생각을 두서없이 적다보니 또 설교가 됐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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