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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과 빛이 공존하는 세상,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세상, 배고파 울 기운도 없는 아이들과 폭식으로 숨을 헐떡거리는 아이들이 뒤섞인 세상, 거룩함과 야만스러움이 뒤섞인 세상에서, 하나님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지 못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기도합니다. “하나님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소서!” 하나님께 합당한 영광을 구하는 것은 기도의 문을 여는 마음입니다. 우리의 마음이 거룩하신 분을 향해 활짝 열리지 않으면, 우리가 바치는 기도는 허공을 맴도는 시끄러운 소리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떨기나무 불꽃 가운데서 임재하신 하나님 앞에서 모세는 신발을 벗고 엎드렸습니다. 신발을 벗는 겸허함 속에 하나님은 꺼지지 않는 하늘의 불꽃을 심어주셨습니다. 흐르는 물에는 자신의 얼굴을 비추어 볼 수 없는 것처럼, 세상의 일에 분주한 마음에 하늘의 빛은 스며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현존 앞에 서는 사람은 이사야처럼 고백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나는 죽게 되었구나! 나는 입술이 부정한 사람인데, 입술이 부정한 백성 가운데 살고 있으면서 왕이신 만군의 주님을 만나 뵙다니!”(이사야6:5) 하나님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지 못하는 세상에서 오늘의 기도를 드리는 사람은 새 생명을 낳기 위한 하나님의 고통을 이해하는 자이며, 그 고통에 기꺼이 동참하는 자입니다. 비틀거리며 패한 것처럼 보이지만 끝내 일어서는 사람, 하늘의 불꽃에 점화되어 함께 타오르는 사람, 우리 속에 있는 어둠을 빛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온몸으로 세상과 맞서는 사람, 인간적인 가치를 지키기 위해 온갖 불의에 맞서는 사람, 저마다 성공의 사다리를 오르려는 세상에서 뒤쳐진 이들을 기다려주고 그들과 동행해 주는 이들이라야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소서!”라는 기도를 진실로 바칠 수 있는 것입니다. - 지난주일 설교 중에서 (요한계시록 4:8~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