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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아래 사진이 뭔지 아시겠습니까? 잘 모르시겠지요?.. 그럼 이 사진을 보면 짐작하시겠습니까?.. 아, 펌프인가보네요? 네, 펌프 맞습니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해 보이지 않나요?.. 그러고 보니 펌프질 하는 손잡이와 땅 깊은 곳에서 물을 끌어 올리는데 필요한 마중물 담는 통이 보이지 않군요... 덕산에서 지리산을 오르는데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 중산리입니다. 그 중산리 마을을 걷다가 발견한, 지금은 쓰지 않는 펌프. 우리 어렸을 때만 해도 마을마다 참 많았는데, 요즘은 정말 보기 힘들어졌습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보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지요. 하지만 손잡이와 마중물 통이 없어 제 역할을 못 하는 펌프를 보며 우리의 신앙도 그와 다르지 않아 마음이 씁쓸해졌습니다. 저 깊은 곳의 생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그리고 그 생수를 나도 먹고 너도 먹고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서는, 반드시 손잡이와 마중물과 마중물 담는 통과 펌프질 하는 이의 수고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고장난 곳을 고치지 않고, 부족한 것을 채우지 않고, 수고는 더더욱 하지 않고, 그냥 자리 잡고 앉아 물만 떠오라고 시키는 것 같아 부끄럽기만 합니다... 아무쪼록 사라져 가는 것들을 통해, 사라져 버린 귀한 것들이 회복됐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