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은 마침과 출발이 동시에 들어있는 달입니다. 여기서 마침이란, 학업을 마치고 졸업한다는 뜻과 이제는 긴 겨울을 마친다는 뜻이 들어있습니다. 또한 출발이란, 졸업으로 모든 것이 끝난 게 아니라, 상급 학교로 혹은 사회생활을 위해 새로운 곳으로 나아간다는 뜻과 이제 새로운 계절을 만나 새롭게 출발한다는 뜻이 들어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 시간에는 졸업을 방점으로 말씀을 나누어보려 합니다. 졸업이란, 한마디로 익숙했던 곳을 떠나는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신앙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신앙이란, 본질적으로 익숙함을 떠나서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는 일이기에 그렇습니다. 아브라함은 고향을 떠났고, 이스라엘은 홍해를 건넜고, 베드로는 그물을 버렸고, 바울은 주인을 바꾸었습니다.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그들을 익숙함에서 떠나게 했고, 그들을 새로운 삶으로 인도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들에게 놀라운 능력을 주셨습니다. 어제는 존재하지 않던 것을 오늘은 그들이 보게 하신 것입니다. 무엇을 보게 하셨습니까? ‘하나님의 나라’입니다. 그들이 떠나온 곳은 모두 달랐지만, 그들이 가고자 하는 곳은 모두 같았습니다. 여러분, 이것이 하나님께서 우리를 익숙한 곳에서 부르시는 이유이며, 새로운 곳으로 보내시는 목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모두 보내심을 받은 사람입니다.
마태복음 10장은 제자들을 파송하며 주시는 예수님의 설교입니다. 부르신 제자들을 보내며 당부하시는 명령이고 가르침입니다. 익숙한 삶의 자리에서 떠난다는 것은 반드시 새로운 삶의 자리로 나아간다는 것을 뜻합니다. 나아감이 없다면 떠남도 불가능하겠지요. 반대로 익숙함에서 떠날 수 없다면 새로운 삶으로 나아갈 수도 없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보내면서 그들이 감당해야 할 사명이 무엇인지, 또한 그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어떠해야하는지를 알려주십니다. 바로 이 주님의 말씀을 마침에서 새 출발을 맞이하는, 겨울에서 봄으로 나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주시는 말씀으로 들어서, 우리의 마음과 신앙생활에 큰 울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주님이 제자들에게 맡기시는 사명이 무엇입니까? 5~10절 내용을 정리하면,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하나님 나라의 이야기를 시작하라는 것입니다. 손이 닿을 만큼 가까운 곳에 있는 이들에게, 얼굴을 마주하며 살아가는 이웃과 친구에게 하나님나라의 복음을 전하라는 것입니다. 자칫 이스라엘에게만 복음을 전하라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뜻은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온 백성을 구원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말씀의 뜻은 무엇입니까? 보내심을 받은 바로 그 자리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시작하라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하나님께서 회복시켜 주신다는 사실을, 하나님께서 고쳐주시고 살려주신다는 사실을, 오직 하나님만이 우리를 새롭게 하신다는 사실을 전하라는 것입니다.
여러분, 하나님의 나라는 저 멀리에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내가 발을 딛고 있는 곳에 심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이들을 하나님의 사랑과 진리로 섬기는 일이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는 유일한 길입니다. 예수님은 저 멀리 힘 있는 지도자들을 찾아가지 않으시고, 지금 여기에 가까이 있는 연약한 이들의 손을 잡아주셨습니다. 도와줄 만한 사람을 찾아 헤매지 않으시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만나 그들의 삶을 새롭게 하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가야 하는 길 또한 주님이 앞서 가신 바로 그 길이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예수님은 그 길을 가는 우리의 마음가짐이 어떠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까? 본문 34~39절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박해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가는 곳마다 싸움을 만들고, 거짓과의 전쟁을 시작하라는 선전포고가 아닙니다. 물론 우리는 하나님의 나라를 위한 영적 전쟁의 군사입니다. 하지만 이 말씀은 싸움을 선동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나라를 전하고 세우는 길은 결코 크고 넓은 꽃길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박해가 있을 것이다. 갈등이 있을 것이다. 배신을 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들을 마주할 때마다 두려워하지 말고 너의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라.’는 뜻입니다.
여러분, 신앙은 반드시 갈등을 야기합니다. 익숙함에서 떠나 새로운 삶에 도전하는 일이 어찌 평탄한 길이고 잔잔한 강물이겠습니까. 예수님을 따르는 삶은 불편함과 괴로움을 각오하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그리스도의 참된 제자로 살아가고자 한다면 반드시 이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이 마음을 품고 갈등과 맞서야 합니다. 이 괴로움을 안고 살아내야 합니다. 더 큰 세상은 반드시 더 큰 갈등을 요구하며,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수많은 괴로움을 견뎌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마음이 우리에게 있다면, 우리는 갈등과 맞설 때 무너지지 않을 것이고 흔들린다고 주저앉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에게 주시는 주님의 뜻입니다. ▣
- 지난주일 설교 중에서 (마태복음 10장 5~10절, 34~39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