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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나우웬’이 1979년 2월부터 8월까지 뉴욕 북부의 ‘제네시 수도원’에 머물면서 써내려간 기도문 중에, 사순절을 지나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기도문이 있습니다. <영원한 계절>의 저자인 ‘마이클 포트’가 ‘작은 죽음들’이라고 이름 붙인 기도문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주님, 사순절 기간 동안 참회와 단식, 그리고 기도에 전념하지 못한 채 지낸 시간이 얼마나 많았는지요.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이 절기의 영적인 열매를 잃어버린 적은 또 얼마나 많은지요. 그러나 사순절을 잘 지키지 못하고도 부활절을 어찌 경축할 수 있겠습니까? 주님의 죽으심에 동참하기를 회피하면서 주님의 부활을 어떻게 진심으로 기뻐할 수 있었단 말입니까? 주님, 저는 주님과 더불어, 주님을 통하여, 주님 안에서 죽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주님이 부활을 통해 제게 오셨을 때, 주님을 알아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습니다. 제 속에는 죽어야 할 것이 많습니다. 그릇된 집착, 탐심, 분노, 성급함, 인색함. 오, 주님, 저는 자기중심적이고, 저 자신과 저의 경력, 저의 미래와 제 이름과 명성에만 관심을 가졌습니다. 심지어 어떤 때는 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주님을 이용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얼마나 터무니없고 얼마나 독신(瀆神)적인지요?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주님, 저는 그것이 나의 실상임을 압니다. 저는 때로 저 자신의 영광과 성공을 위해 주님에 대해 말했고, 글을 썼고, 주님의 이름으로 일했습니다. 주님의 이름 때문에 박해나 억압을 받거나 거절을 당한 적도 없습니다. 주님의 이름은 오히려 제게 보상을 주었습니다. 이제 저는 분명히 깨달아 압니다. 주님과 더불어 죽지도 않았고, 주님의 길을 걷지도 않았고, 주님의 길에 신실하지도 않았습니다. 오, 주님, 이 사순절 절기가 여느 때와는 다른 절기가 되게 해주십시오. 다시금 주님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게 하옵소서.”
헨리 나우웬의 이 성찰과 기도가 사순절을 지나고 있는 우리에게도 있기를 소망합니다. 오늘 성서일과의 말씀들은 우리 모두를 치열한 영적 성찰로 이끌어줍니다. 구약의 말씀에서 이사야 선지자는 ‘허황된 수고에 골몰하는 사람들’(사55:2a)을 향해 ‘하나님의 말씀을 들으라!’고 촉구합니다.(사55:2b) “내 생각은 너희의 생각과 다르며 내 길은 너희의 길과 다르다”(사55:8)는 하나님의 음성에 노여움이 서려있습니다. 서신에서 사도 바울은 자기 조상들에 관해 이야기하며(고전10:1) “그들의 다수를 하나님이 기뻐하지 아니하셨으므로 그들이 광야에서 멸망을 받았다”(고전10:4,5)고, 이러한 일은 우리의 본보기가 된다(고전10:6)고 말씀합니다. 하나님이 그들을 기뻐하시지 않은 것은, 그들이 끝내 하나님께로 돌아서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복음서에서 주님은, 빌라도가 어떤 갈릴리 사람들의 피를 그들의 제물에 섞은 일로 주님을 찾아왔을 때(눅13:1), “너희도 만일 회개하지 아니하면 다 이와 같이 망하리라”(눅13:3)고 경고하십니다. 헨리 나우웬이 자신의 기도문을 통해 사순절을 지나는 자기를 돌아보았듯이, 우리 역시 오늘 말씀을 깊이 묵상하면서 사순절을 지나는 내 모습을 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중략)
헨리 나우웬은, 주님과 더불어 죽지도 않았고, 주님의 길을 걷지도 않았고, 주님의 길에 신실하지도 않았다고 회개하며, “오, 주님, 이 사순절 절기가 여느 때와는 다른 절기가 되게 해주십시오.”라고 기도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나의 옛 자아는 주님과 더불어 죽은 것일까요? 나의 새 자아는 주님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며, 주님의 길을 신실하게 따르고 있는 것일까요? 혹시라도 나는 신실하게 서 있으며, 튼실한 신앙의 열매를 맺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면서, 한가롭게 다른 사람이 당한 심판을 이야기할 때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 사순 절기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것은, 회개의 열매가 삶으로 나타나는 것이고, 반듯하게 서서 주님을 바라보는 것이고, 내 생각보다 높은 하나님의 생각, 내 길보다 높은 하나님의 길을 헤아려 따라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시편 기자는 이렇게 간절히 노래했습니다.
“하나님이여 주는 나의 하나님이시라 내가 간절히 주를 찾되 물이 없어 마르고 황폐한 땅에서 내 영혼이 주를 갈망하며 내 육체가 주를 앙모하나이다” (시63:1)
하나님께로 돌아선다는 것은 주의 인자하심에 대한 간절함이며, 갈망이며, 앙모함입니다. 하나님께로 돌아오셨습니까? 열매 없는 길에서 돌이켜, 넘어짐의 길에서 돌이켜, 하나님께로 오셨습니까? 나의 지성이 하나님께로 돌아왔습니까? 나의 심장이 하나님께로 돌아왔습니까? 내 심장이 뛸 때마다 하나님의 생각이 내 혈관을 타고 온 존재를 채우고 있습니까? 아무쪼록 긴 사순절을 지나 고난을 넘어, 다가오는 부활절이 우리 모두에게 생명의 축제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 성령께서 우리가 가는 길에 함께 해주실 줄 믿습니다. ▣ - 지난주일 설교 중에서 (누가복음 13장 1~9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