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한주는 명절을 핑계로 더욱 잘 쉬었는데, 쉬는 동안 TV에서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병원 드라마를 몰아서 보게 되었습니다. 현실이 아닌 드라마이긴 하지만, 때론 울고 웃으면서 나에게는 큰 감동과 도전을 주었지요. 대형병원에서 일하는 슬기롭고 재미있는 다섯 명의 의사 친구들이 주인공이고, 그들과 함께 병원에서 일하는 많은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환자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투병 생활을 통해 희로애락을 보여주었습니다. 때론 선배 의사들로부터 호된 꾸지람을 듣지만, 그런 꾸지람을 통해 후배들은 계속해서 실력을 쌓아갔고, 그러면서 의사 본연의 자세가 무엇인지 잊지 않게 되었고, 병원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이 어떻게 협력하면서 선을 이루어가는지, 또 환자들과 그 가족은,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힘든 과정을 겪으면서 깨닫게 되고, 그 가운데 기적이 일어나고, 궁핍한 이들이 큰 도움을 받고.. 그야말로 사람의 몸만을 살리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삶까지도 돌보는 놀라운 치유의 과정을 통해, ‘세상살이가 힘들지만, 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는 교훈을, 드라마를 보는 나에게 충분히 전달해 주었습니다. 더불어, 의료진은 이렇게 사람의 몸과 삶을 살리는데, 나 같은 목회자들과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사람의 영혼까지 살려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받았음에도, 과연 그 소명을 제대로 받들고 있는지 한없이 부끄러웠습니다. 그 부끄러움이 무엇인지 알았고 마음에 찔림을 받았으니, 이제 우리의 소명을 되찾고, 그 소명에 충실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일만 우리 앞에 놓여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억에 남는 것은, 후배들 상담을 잘해주는 주인공 의사 중 한 사람이 후배 의사에게 조언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응급실에 들어온 아이의 병이 위중해서 사색이 된 부모에게, 한 전공의가 사무적인 태도로 최악의 경우를 아무 감정 없이 설명하는 것을 본 선배 의사는, 그를 엄히 나무라면서 의사가 환자를 쌀쌀맞게 대하면 그 어떤 환자도 의사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그래서 의사는 언제나 최선을 다해야 하며, 환자와 가족을 대할 때는 따뜻하고 진심 어린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고 꾸짖는 장면이었습니다. 물론 그 후에 그 후배 의사는 자신의 그릇된 태도를 많이 고쳤지요. 말 한마디가 어떤 때는 기관총이 되어 우리 가슴을 파고들고, 어떤 때는 부드러운 봄바람이 되어 우리 속에 생명을 일깨우기도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사람들 속에 있는 따뜻함과 아름다움을 일깨워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따뜻하게 사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겁니다. 사소한 일에도 마음이 찰랑찰랑 흔들리는 사람이, 어떻게 다른 이들을 이롭게 하겠습니까? 마음속에 누군가에 대한 미움과 증오가 가득한 사람이, 어떻게 평화로운 세상을 이루겠습니까? 또 사람을 쌀쌀맞고 딱딱하게 대하는 사람이, 어떻게 따뜻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우리의 삶은, 생명의 따뜻한 바람과 평화의 물결이 되어 이 척박한 역사 속으로 흘러가야 합니다. 그럴 때 교회는 살아 있는 주님의 교회라 할 수 있으며, 그럴 때 우리는 이 땅에 구원의 은총을 가져오는 통로가 될 것입니다. 하나님의 세상 구원이라는 멋진 계획에 기꺼이 동참하고 최선을 다하는 우리가 되기를 바라며, 이 세상과 세상의 드라마에서도 일깨워 주는 교훈을,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모르는 어리석음을 이제는 반복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난주일 설교 중에서 일부를 따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