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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8월9일) 주일 예배 설교 때 아래 예화를 인용하며 교우들에게 우울해 하지 말고, 속상해 하지 말고, 하늘의 지혜를 구하며 살자고 했는데, 지금 내가 우울하고 속상하네요.. ㅠ
이번 주에 생일이 들어 있는 교우가 있어, 가능한 신선하고 맛있는 케이크를 준비하려고 어제(토) 그 폭우를 뚫고 진주에 다녀온 건데, 진주에서 개인이 하는 나름 인지도 있는 빵집이었는데, 또 주말에는 모든 품목 20% DC라 하여 더욱 잘 됐다 싶어 케이크를 하나 사온 건데.. 오늘 축하한 뒤 케이크 맛을 보니, 어제 당일에 만든 게 아니라 하루이틀 지난 케이크였습니다. 냉장 보관을 하면 하루이틀 지났다고 상하거나 하진 않지만, 그 맛은 현저히 떨어지지요. 케이크 좋아하는 분들은 다 알 것입니다. 그 빵집은 당일 만든 것만 판매한다고 자랑하던데.. 주말에 싸게 파는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왠지 사기 당한 느낌이 들어 몹시 불쾌했고 그로 인해 우울해졌습니다. 이 우울한 느낌을 없애보려고 주일 오후 아내가 좋아하는 아이스바를 사오겠다고 자청했는데, 사오고 보니 그 중 하나가 유통기한도 훨씬 지난 작년 여름에 만든 것이었습니다. 에효! 더 속상하고 화가 났습니다. 장사치들은 자기가 판매하는 상품의 상태를 모르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건 소비자의 돈을 훔치려는 도둑질에 해당합니다. 식품을 사면서 유통기한을 자세히 보지 않은 나의 불찰도 있겠으나, 아무리 작은 마트라도 이렇게 물건을 팔면 안 되는 겁니다. 그러면서 장사가 너무 안 된다, 영세 자영업자들 다 죽인다 하며 불평 불만은 하늘을 찌르지요.. 어찌 됐건, 교우들에게 설교한 뒤 반나절이 지나기도 전에 내가 먼저, 설교하며 당부했던 것을 어기고 말았습니다. 역시 설교를 하는 것도 어렵지만 설교한 대로 살아가는 것은 훠얼~~씬 어렵네요. 그 빵집과 이 동네 마트는 다시는 갈 일이 없을 겁니다.. <자기 자신의 자리> "외롭다, 쓸쓸하다, 나만 상처받았다, 이렇게 쉽게 말하지 맙시다. 그것이야말로 나의 착각이요, 교만이요, 사치입니다. 주변을 한 번 돌아보세요.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에 빠짐없이 모든 게 놓여 있습니다. 식탁, 의자, TV, 수건, 그릇, 전등.. 모두 자기의 자리를 잘 지키고 있습니다. 이렇게 자기의 자리를 잘 지키는 사람이나 사물은 외로워지고 싶어도 쓸쓸함을 느낄 겨를이 없습니다. 그 자리가 높은 자리든 낮은 자리든, 빛나는 자리든 빛이 나지 않는 자리든 지금 자기가 발 딛고 선 자리, 그 자리가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라는 생각, 바로 그 생각이 이 세상을 지탱시키는 버팀목이 되는 것입니다. 여름날에 산과 들이 온통 푸르름으로 가득 차게 되는 까닭은, 아주 작은 풀잎 하나, 아주 작은 나뭇잎 한 장의 푸르름이 있기 때문입니다. 겨울날에 눈 덮인 들판이 따뜻한 이불처럼 보이는 것은 아주 작은 눈송이들이 서로서로 손을 잡고 어깨를 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연약해 보이는 작은 힘들이 모여 아름답고 거대한 풍경화를 연출해 내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기 자리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은 결코 외로움이나 쓸쓸함을 느낄 겨를이 없습니다. 나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내가 필요한 곳이 단 한 군데라도 있다면, 그 사람은 매우 행복한 사람이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사는 사람에게는, 지금 이 자리에서, 결코 작지 않은 새로운 역사가 시작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