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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전 파주 금촌에 살 때, 막 다섯 살이 된 아이의 노는 소리를 녹음했었나 봅니다. 오늘, 아내와 그 소리를 들으며 그때가 애절하게 그리우면서도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행복했던 이유는, 그 소리가 이 세상에 하나뿐인 멋진 소리요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순간, 그리운 순간들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한 번쯤은 가보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 이렇게 자기 모습을 멀찍이 떨어져서 볼 수 있다면, 우리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착해질 겁니다. 지금 우리의 모습이 늙었든 젊었든, 가난하든 부유하든, 어디가 아프든 건강하든, 그래서 쓸쓸하든 기쁘든, 우리는 모두 사랑스러운 아이였습니다. 그 사랑스럽고 착했던 아이의 모습을 잊지 않고 살아간다면, 힘들고 괴로워도 이겨낼 수 있을 테고, 우리가 사는 세상, 좀더 살맛 나는 세상이 되지 않겠습니까. 응답하라! 1998년 1월에 녹음된 카세트테이프 때문에, 때때로 슬프고 낙심하고 두렵고 의심하는 나의 생활에 소망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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