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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어느 날, 엄청난 광풍이 몰아친 하루가 저물어가면서 바람이 조금씩 잦아들었습니다. 덕분에 깨끗한 공기와 선선한 기운이 몰고온 지리산 풍경이 그림 같았지요. 그런데 저 가뭇한 지리산 너머의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우리가 소망하는 하늘나라가 무엇인지 생각해봤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코로나바이러스로 잃고 망연자실 바라보는 저 하늘, 모든 상업 활동이 위축되어 어제와 오늘과 내일까지 한탄하며 멍하니 바라보는 저 하늘, 예배를 모이지 못하니 허공을 그분의 옷자락인 양 움켜잡으며 텅빈 가슴 주체할 수 없어 바라보는 저 하늘.. 자연은 저토록 아름답지만 우리는 우리가 치러야 할 수업료를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깊은 한숨을 내쉬게 됩니다. 너무 작은 것(바이러스)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너무 큰 것(하느님)도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요. 그러니까 우리는 그분이 보여주시는 것만 볼 수 있습니다. 그걸 보려면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내 마음이 먼저 순전해야겠지요. 그래서 슬프거나 괴롭거나 두렵거나 답답하더라도, 멍하니 바라보는 저 하늘이 바로 그분의 나라의 문일 것이고 지금 우리가 가져야 할 희망이라는 생각을, 오늘의 광풍과 해거름 풍경을 보면서 가져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