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천천히
작성일 2019-12-21 (토)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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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기도문 공부 5 ”

주기도문 공부⑤ <일용할 양식을 주옵소서> 마태 6:11 요한 6:51

주말만 되면 마트마다 쇼핑객들로 가득합니다. 그들이 사는 것을 보면 대부분 식료품입니다. 카트가 넘칠 정도로 식료품을 채워 계산하는 사람들마다 웃음꽃이 핍니다. 그때마다 드는 생각, ‘저걸 다 먹을 수 있을까.. 버리는 쓰레기도 어마어마할 텐데..’ 물론 먹는 즐거움이 있다는 것, 모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맛있는 것들을 배가 터지도록 먹어서 기쁜 게 아니라, 음식 속에, 양식 속에 들어 있는 사랑과 정과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는 게 진짜 기쁜 일이 아닐까요?. 이것은 우리 모두가 되찾아야 할 삶의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일용할 양식이 곧 은총임을 몸으로 알지 못하니 참 딱한 노릇입니다. 굶주리는 사람들의 소식을 늘 보고 들으면서도, 때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살고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좋은 음식을 대접 받고, 배가 불러 탈이 날 때도 있습니다. 청빈의 삶을 살다 간 성인들을 존경하면서도 여전히 과식으로 속이 거북합니다. 더 이상 일어설 힘조차 없어, 못 먹어서 불러온 배를 내밀고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먼 나라 아이들을 보고 눈시울을 붉히면서도, 우리는 간식으로 과자와 과일을 배불리 먹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가난한 자의 모습으로 우리 가운데 오신다고 고백하면서도, 여전히 값비싼 음식을 대접해야 체면이 선다고 생각하고, 최고급호텔에서 대접 받아야 만족하는 우리, 굶주려 죽어가는 북한 동포가 불쌍하다고 눈물지으면서도 먹다 남은 음식 쓰레기가 넘치는 우리.. 모순입니다. 아이러니입니다. 엉터리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기도는 어쩌면 “일용할 양식을 주옵소서.”가 아니라, “일용할 배고픔을 주옵소서.”일 것입니다. 따라서 과식으로 자주 속이 더부룩하고, 꼭 필요해서가 아니라 습관으로 음식을 삼키는 이 왜곡된 식사를 멈추지 않는 한 우리는 거룩한 길에 들어설 수 없습니다. ‘끼니’란 ‘끊고 잇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끊었다가 잇는 식사라야 감사가 있고 기쁨이 있습니다.

그러면 밥을 제대로 먹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무엇일까요? 우선 ‘배고픔’입니다. 배가 고파 봐야 양식 귀한 줄 알겠지요. 또 천천히 먹는 식습관, 그래야만 한 톨의 양식이라도 진정으로 감사하며 먹을 수 있겠지요. 어려운 이웃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 음식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려고 하는 노력.. 등등 결국 ‘일용할 양식’에 대한 기도가 지향하는 바는 ‘우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 밥그릇을 고봉으로 채우기 위해 남의 밥그릇을 빼앗는 사람은 결코 이 기도를 드릴 수 없습니다. 우리가 오늘의 주의 기도를 바르게 드리려면, 내 창고를 헐어 이웃을 대접하려는 각오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그렇게 살기를 바라는 이유는, 그것이 진짜 축복이기 때문입니다. 굶주린 나사로를 문 밖에 버려둔 채 먹는 기름진 식사는 음식이 아니라 독입니다. 영혼을 마비시키는 독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나사로는 외면해버리고 싶은 불쾌한 풍경일 뿐, 돌보아주어야 할 이웃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 옛날, 겨울이면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손님이나 거지들을 위해, 아랫목에 밥 한 그릇을 묻어두곤 하셨던 어머니 할머니 세대의 휴머니즘이 하늘에 대한 경외심에서 비롯된 것임을 우리는 이미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따라서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모시는 공동체 안에서는 결코 배고픈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평화(平和)라는 한자를 풀어보면, 밥(禾)이 입(口)에 고르게(平) 들어가는 것이라는 뜻이 됩니다. 그래야 평화가 오고 기쁨이 있고 감사가 넘칠 것이 아니겠습니까.

어느 시인이 말하듯이 밥은 나눔을 통해서 하늘이 됩니다. 밥이 입으로 들어갈 때, 하늘을 몸속에 모시는 것입니다. 밥을 나눌 때, 우리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떡을 먹게 됩니다. 이 폭식의 시대에 우리는 기도합니다. “오, 주님, 일용할 양식을 주소서. 일용할 하늘을 주소서.”

디베랴 바닷가에서 주님은 오늘도 숯불을 피워 놓고 생선과 빵을 구워 놓고 피곤과 시장기에 지친 제자들을, 못난 제자들을 기다리십니다. 그리고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지금 잡은 생선을 조금 가져오너라.” 부활하신 주님은 오늘도 우리를 위해 일용할 양식을 공급해 주십니다. 그리고 넉넉한 나눔의 식탁을 위해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조금 가져오라 하십니다. 그런데 이 세상의 많은 교회는 이미 부자가 됐지만 주님의 쌀독은 늘 비어있습니다. 어째서 그렇지요? 자꾸만 덜어내 밥을 짓고 계시니까요.

그러면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겠습니까? 주님의 기도를 바르게 드립시다. 양식에 욕심 부리지 말고 일용할 양식에 깊이깊이 감사합니다. 가능한 한 천천히 음식을 먹고, 그러면서 또 생각하고, 그 음식을 다른 사람과 나눔으로써 거기에서 진정한 기쁨과 위로와 평화를 찾읍시다. 이렇게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교회와 교우들의 쌀독이 비는 날, 주님은 더욱 소중한 것으로 채워주실 것입니다.

<공동기도>

주님, 밥에 밥을 더하면 탈이 나고, 밥에 밥을 곱하면 죄가 들어오고, 밥에서 사랑을 빼면 죽게 됩니다. 그러나 밥에 사랑을 더하면 참 생명이 되고, 밥에 사랑을 곱하고 밥으로 사랑을 나누면 그곳에 천국이 열리는 줄 믿습니다. 자비로우신 주님, 이 진리를 한순간도 잊지 않고 살게 도와주시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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