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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해당자가 되는지 우편으로 신청서를 받았고, 신청서를 꼼꼼히 읽고 작성한 뒤, 수령하기 위해 면사무소에 갔습니다. 경상남도에서 (건강보험료 기준) 하위 50% 이하에 해당하는 주민에게 주는 긴급재난지원금 얘깁니다.
면사무소 입구에 들어서니 발열 체크하는 공무원이 있었고, 나는 발열 체크한 뒤에 마스크를 하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앞서 온 이들이 예닐곱 명 정도 있었는데, 담당공무원을 중심으로 빙 둘러섰는데 뭔가 좀 이상했습니다. TV 뉴스에서 보듯이 띄어 앉아 기다리는 질서 있는 모습이 아니라, 마스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무얼 찾는지 서로 붙어 서서 시끌벅적하더군요. 유심히 살펴보니, 신청서도 작성해오지 않고 그 자리에서 자기 이름들을 찾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아주머니는 신청서도 없이, 왜 자기 이름이 없냐고 투덜대니까 공무원이 하는 말이 "아즈매, 건강보험료 많이 냅니꺼?" "응, 쫌 많이 내는데, 와?" "아즈매, 그라믄 여기 이름 없심더!" 아이고, 기가막혀 속으로 막 웃었습니다. ㅋㅋㅋㅋㅋ 나는 미리 작성해 와서 담당 공무원 앞으로 바로 갔는데, 앞서 (약간 신체장애가 있는) 생활보호 대상 아주머니의 민원을 처리해 주고 있었습니다. 담당 공무원이 매우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면서 서류를 건네는데, 그 아주머니가 봉투를 달라 하여 서류각대봉투를 내밀었더니 이거 말고 편지봉투를 달라 하더군요. 그러니까 공무원이 편지봉투는 로비에 민원인 책상에 있으니 가져가시면 된다 하더군요. 그런데 그 아주머니가 꼼짝도 하지 않고 그대로 서 있는 것입니다. 이유인 즉, '니가 가서 가져와야지!' 그 아주머니 표정이 보이는 겁니다. 공무원이 당황하더군요. 그래서 내가 얼른 집어다가 그 아주머니에게 한 장을 주고 나머지는 담당 공무원에게 주었습니다. 공무원은 내게 고마워했고, 아주머니는 아무 말도 없이 사라져버렸습니다.. 내가 목사기 때문에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가난한 자라고 착한 것이 아니고 부자라고 악한 것도 아니구나. 또 그 반대도 그렇구나..' 그래요, 몸과 삶이 가난하면, 가족과 이웃과 사회와 나라의 도움을 받아야겠지만, 마음이 가난하지 못하면, 그 사람은 구원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입니다. 예수께서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신 것은, 바로 그들의 마음의 가난을 보셨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면사무소에서 경험한 우리의 웃픈 현주소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