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랑이 이는 바다 한가운데로 나가보겠습니다. 같은 상황인데, 제자들은 두려움에 떨고 예수님은 주무시고 계십니다. 어떻게 이토록 다를 수 있을까요? 깨어 있는 자와 잠든 자의 차이입니다. 단순히 잠든 사람은 평안하고 깨어 있는 사람은 무서운 게 아니라, 깨어 있어 평안하고 잠들어 있어 두려운 것입니다. 그러니까 역설적이게도 그날 배에서, 모두 잠들었을 때 예수님만 혼자 깨어 있었던 것입니다. 아니, 풍랑을 만나 이제 죽게 생겼다고 아우성을 치는데도 예수님은 뱃고물을 배고 주무시지 않았습니까?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나님 아버지께 대해 깨어 있는 것이 참으로 깨어 있는 것이요, 하나님 아버지께 대해 잠들어 있는 것이 참으로 잠든 것입니다. 깨어 있는 사람은 언제 어디서나 그곳이 바로 하늘 아버지의 품이라는 진실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잠든 사람은 그것을 알지 못한 채, 그림자 같고 물거품 같고 메아리 같고 꿈같은 현상(現象)에 사로잡혀 이리저리 끌려 다닐 뿐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예수님이 세상에 오신 것은,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가 하나님의 아들/딸이요 그러기에 아버지께서 언제나 함께 계시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돕기 위해서입니다. 보지 못하는 자를 보게 한다는 말이 바로 그 말입니다. 바다와 풍랑과 그 위에 낙엽처럼 떠 있는 배밖에 보지 못하던 사람이, 바다와 풍랑과 그 위에 낙엽처럼 떠 있는 배를 지으신 (그것들을 있게 하시는) 하나님 아버지를 보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하나님 아버지를 뵐 수 있을까요? 예수님을 잘 보면 됩니다. 예수님을 보았으면 하나님을 본 것이니까요. 그럼 우리가 어떻게 하면 예수님을 잘 볼 수 있을까요? 우리 스스로를 잘 보면 됩니다. 우리 자신을 보았으면 예수님을 본 것이니까요. 그러면 어떻게 하면 우리 스스로를 잘 볼 수 있을까요? 예수님의 멍에를 메고 예수님한테서 배우는 겁니다. 그리고 때가 되면 우리의 눈이 열려서 우리의 참 모습을 바로 보게 됩니다. 여러분, 이처럼 안다는 것은 머리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삶에서 맺어지는 열매인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따라서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살아가는 삶이 없으면 결코 깨달음도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예수님이 바람과 바다를 잠재우고 나서 왜 제자들을 책망하셨을까요? 제자들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음을 잘 아셨을 텐데요. 제자들은 예수님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맡겼다고 하면서도, 그게 다 말뿐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책망을 들은 것입니다.
그런데, 사랑이 많으신 예수님은 제자들을 그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원해 주셨고,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똑같은 방법으로 구원의 손을 내미십니다. 여러분, 그게 뭘까요? 그날 풍랑이 이는 바다에서 제자들이 그랬듯이, 잘못을 저지르고 넘어지고 두렵고 그럴 때마다 예수님을 구하고 찾으라는 겁니다. 할렐루야! 이제 풍랑이 그쳤습니다. 풍랑이 가라앉자 제자들이 이번에는 예수님을 두려워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 두려움은 풍랑에 대하여 가졌던 것과는 성격이 다른 두려움이었습니다. 여러분, 어떻게 달랐을까요? 앞의 두려움은 눈 먼 자의 두려움이요, 뒤의 두려움은 눈 뜬 자의 두려움이었습니다. 제자들이 그 순간 눈을 뜬 것인데, 왜 두려웠을까요? 바다와 바람을 보던 눈이 바람을 복종시키는 예수님을 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자들의 눈이 아직 온전하지 못했지요. 돌아가던 선풍기의 전원을 꺼도 한동안 계속 돌아가듯이, 때가 되기까지는, 깨어 있으면서 잠들어 있는 그런 상태가 지속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교우 여러분, 우리가 할 일은 참고 기다리며 견디는 겁니다. 그러면 예수님께서 우리를 깨끗하게 하십니다. 아멘!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우리가 인간으로서 겪게 되는 두려움, 그 중 가장 큰 두려움인 죽음을, 우리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그 죽음을 능히 이기신 분을 온전히 믿는 것입니다. 제자들이 책망 받은 것은 풍랑을 두려워했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들이 지금 따르고 모시는 분이 도대체 누구인지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두려움을 거룩한 두려움으로 이겨나가시기 바랍니다. 그 거룩한 두려움을 몸으로 체험하여 의지하는 것을 예수님은 ‘믿음’이라 하신 것입니다. 믿음으로 하나님을 온전히 모시고, 그 믿음의 능력으로 우리가 겪는 모든 두려움을 능히 이겨나갈 수 있는, 온전한 주님의 제자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
- 지난주일 설교 중에서 (마가복음 4장 35~41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