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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본문에 나오는 예수님의 비유는 ‘저절로 자라는 씨의 비유’로 불립니다. 그리고 본문에 이어서 그 유명한 ‘겨자씨 비유’가 나옵니다. 모두 하나님 나라의 비유입니다. 마가복음 4장에는 이 외에도 하나님 나라의 비유가 2개 더 있습니다. 씨 뿌리는 자의 비유, 등잔의 비유가 그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예수님은 어떻게 해서든지 우리에게 하나님 나라를 전하기 위해 애를 많이 쓰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성서는 예수님이 전하신 복음이 다른 복음이 아닌 하나님 나라 복음이라고 말하지요. 하지만 오늘 우리는 하나님 나라에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온통 세상 나라에 관심이 가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 나라란, 한마디로 먹고 사는 모든 문제를 말합니다. 그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있다면,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의 아이들이 아니겠습니까? 이때만 지나면 본격적으로 아이들은 학원에 다니고 과외를 시작합니다. 한국에서는 대학가는 게 곧 먹고 사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힘겹게 대학을 가면, 취업, 결혼, 육아, 주택, 진급, 퇴직, 노후 문제 등이 다가오고, 그것은 또다시 자녀들의 대학, 취업, 결혼, 육아, 주택, 진급, 퇴직, 노후 문제로 이어집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현대인, 특히 삶이 빡빡한 오늘날 한국 사람들에게 하나님 나라 복음을 말하는 것은 거의 쇠귀에 경 읽기입니다. 그러다보니 많은 교회들이 하나님 나라 복음에 세상 나라의 옷을 덧입힙니다. 가령 ‘예수 믿으면 영혼이 잘되고, 범사가 잘되고, 강건해진다’는 소위 삼박자 축복 같은 것이지요. 그래야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니까요. 이런 메시지 속에서는 예수 믿어서 성공한 사람들이 각광을 받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이것은 가짜 복음입니다. 예수 믿으면 구원받는 것은 맞지만, 반드시 물질의 복과 성공의 복이 따르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예수 안 믿어도 부자 되고 성공한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또한 예수 믿어서 부자 되고 성공한 사람 중에는 실은 엉터리 신자도 있습니다. 오히려 예수를 제대로 믿었더니, 가난해지고 자기 분야에서 뒤쳐진 사람들이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도 한국 교회가 부유하고 성공한 사람들만 크게 띄우다보니, 부와 성공이 마치 믿음 좋은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하나님의 복에 대한 응답처럼 여겨집니다. 그래서 간증집회를 가보면 부자, 성공한 사람, 잘 나가는 사람들에게나 마이크가 주어지지, 예수 잘 믿었지만 실패한 사람, 뒤쳐진 사람들, 고난 가운데 있는 사람들에게는 마이크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하나님 나라 비유는 결코 우리가 죽어서 가는 천국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일차적으로 예수님 시대의 이야기입니다. ‘저절로 자라는 씨의 비유’는 이미 하나님 나라의 씨가 땅, 즉 세상에 뿌려졌다는 것입니다. “그가 밤낮 자고 깨고 하는 중에” 이 부분이 매우 중요한데, 여기서 그가 누구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26절의 씨를 뿌린 사람, 즉 농부라고 해석합니다. 만약에 그렇다면 그 농부는 또 누구일까요? 우리는 마치 구약 이사야서와 신약 요한복음에 나오는 포도원의 비유와 같이 농부를 하나님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하나님께서 세상에 하나님 나라의 씨를 뿌리 신 후, 밤낮 자고 깨고 하면서 아무 일도 하지 아니하신다? 어딘가 이상합니다. 하나님이 자고 깬다는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하나님이 마치 세상을 창조하신 후에 지금까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신처럼 여겨집니다. 원래 저절로 자라는 씨의 비유는, 하나님 나라는 인간의 그 어떤 노력이나, 심지어 인간의 그 어떤 선한 의지조차 의존하지 않는, 오직 하나님의 절대 주권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나라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비유입니다. 하나님 나라는 수많은 이들이 모여서 “우리가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자!”, “우리 힘으로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자!”며 온갖 구호를 외치고, 수많은 계획을 시행함으로써 이뤄지는 나라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 나라는 오직 하나님이 싹이 나게 하시고 이삭이 나게 하심으로 곡식을 맺고, 열매가 익어 추수할 때가 되는 나라, 즉 하나님께서 친히 세우시고 하나님께서 친히 완성하시는 나라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27절의 그(농부)를 하나님 아닌, 어떤 사람이라고 봐도 안 됩니다. 그가 밤낮 자고 깨면서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하나님 나라가 스스로 이뤄진다는 점에서는 맞는 것 같지만, 농부가 자고 깨면서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다는 것도 이상하고, 결정적으로 하나님 나라의 씨를 세상에 뿌린 주체가 절대로 하나님 아닌 사람일 수는 없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이 비유에서 먼저 농부는 하나님 나라의 씨를 땅에, 즉 세상에 뿌리신 하나님입니다. 그리고 땅에 뿌려진 씨는 하나님이 세상에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씨가 땅에 뿌려진 줄도 모르고, 그 씨가 자라나서 이삭이 패고 열매를 맺고 익어가는 줄도 모르고, 또 그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지 알지 못하는 자들은 세상 사람들입니다. 하나님 나라는 그렇게 세상 사람들이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시작되고, 자라나서, 마침내 추수할 때가 되어 낫을 댈 때, 하나님의 종말의 심판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모든 사람들이 그 실체를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 - 지난주일 설교 중에서 (마가복음 4장 26~29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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