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천천히
작성일 2018-11-28 (수)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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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핀 꽃 3 ”
 
지난 주엔 첫눈도 내리고 날씨가 좀 추웠는데, 오늘 낮엔 비교적 따뜻했습니다. 그래도 겨울의 문턱에 들어선 건 맞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추워지고 있으니까요. 이런 계절에 교회 정원엔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늦게 심은 '틈나리'(백합)가 활짝 꽃을 피웠고, 천리향이라 불리는 '서향나무'도 만개하진 않았지만 작은 꽃망울이 가지마다 가득했습니다.
영하로 떨어지는 날씨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아마 이곳이 남부지방이라 가능한 일이었겠지요. 어쨌든 신기한 일이어서 꽃을 자세히 들여다 봤습니다. 꽃 색감이 제 철만은 못했고, 추위를 뚫고 핀 꽃이어서 꽃잎이 거칠었습니다. 서향나무 꽃은 더 이상 클 것 같지 않고요... 하지만 얘들은 지금 최선을 다한 것입니다. 아니지요. 추위를 이기고 놀라운 생명력을 꽃피운 거라 해야 맞을 겁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또 얼마나 처절했을까요?.. 늦게 핀 화초를 바라보면서 '얘네들 앞에서 힘들어 죽겠다는 말을 하면 안 되갔구나!' 다짐해봅니다.
이제 달이 바뀌면 마지막 꽃잎도 모두 사라질 겁니다. 하지만 우리 눈앞에서 사라진다고 다 죽는 것은 아닙니다. 내년 봄, 그 놀라운 생명력은 우리 앞에 또다시 펼쳐질 테니까요. 두 계절이 공존하는 11월 마지막 주, 잘 마무리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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